[한경에세이] 글로벌 스탠다드..황인길 <아남반도체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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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이 급속히 발전하고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하면서 지구촌의 국경이 사라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하나의 기준", 즉 글로벌 스탠다드의 시대가 도래했기때문이다. 글로벌 스탠다드는 이제 경제 정치 문화 등 영역을 구분하지 않고 일상 생활에까지 확대 적용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새로운 흐름에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글로벌 스탠다드는 이미 우리 곁에 다가와 다방면에서 엄청난 변화와 막강한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97년말 외환위기로 인해 국제통화기금의 구제금융을 신청하면서 기업및 금융기관의 구조조정, 각종 규제 완화 등 서구식 질서를 모태로 한 숨막히는 요구들이 쇄도하고 있다. 좋든 싫든 국내 시장과 산업을 완전히 개방해야 하고, 국내 제도및 관행등을 세계 표준에 맞춰 개선해 가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이는 한국식 "로컬 스탠다드"를 폐기하고 세계 표준을 따르라는 압력이기도 하다. 그러나 글로벌 스탠다드는 서구식 가치와 경제 질서에 기초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한국적 풍토와 여건을 도외시한 채 무작정 받아들여야 하는가. 국민의 반발로 유보되었던 정리해고법안이 IMF 체제하에서 간단히 통과되어 급기야 1백만명이 훨씬 넘는 실업자를 양산한 사실, 우리 영화시장에 일본영화를 개방한 점, 미국이 부활시킨 서릿발 같은 슈퍼 301조로 인해 대미수출에 막대한 부담을 느껴야 하는 것 등은 이미 글로벌 스탠다드가 선택의 문제가 아님을 여실히 증명해 준다. 글로벌 스탠다드는 곧 힘이 지배하는 생존의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년에는 경기가 풀릴 것이라고 낙관을 하기도 하지만, 아직도 우리가 느끼는 체감 지수는 영하의 추위를 기록하고 있다. 게다가 이제는 세계 최가들과 필사적인 경쟁에서 한판 승부를 가려야만 한다. 어차피 따를 수 밖에 없는 세계 표준이라면, 이를 잘 닦고 정비하여 우리에게 유리하게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이제 희망찬 미래를 쟁취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