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청문회] '정태수씨 증언' .. 정치권 파장

정태수 전한보그룹총회장이 4일 김영삼 전대통령에게 150억원 정도의 대선자금을 제공했다고 증언함에 따라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당시의 대선자금이 법리상 사법처리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벌써부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포괄적 뇌물죄 등을 적용하지 못할 정도의 그야말로 "정치자금"일 경우 사법처리는 어렵다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여권이 김 전대통령의 대선자금을 무리해서 문제 삼게될 경우 이미 일부 드러난 바 있는 김대중 대통령의 정치자금 문제도 쟁점으로 부각되는 부담을 안게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날 "이번 사안은 법률적으로 판단할 사안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접근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자금으로 받았다면 처벌할 수 없다"고 해석했다. 사전 대가성이 입증돼야 하는데 구체적으로 무슨 대가로 자금을 줬는지 입증하기 어렵고 증여세를 포탈한 것은 문제삼을 수 있겠지만 이미 공소시효가 지났다는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박지원 청와대대변인은 이날 김 전대통령의 92년 대선자금을 조사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 "경제청문회가 진행중에 있어 정시의 증언이 사실이다 아니다라고 청와대에서 말할 수 없다"며 "김 전대통령도 사실이 아니라면 증언하면 된다"고 말했다. "대선 자금 시비로 진통이 있겠는가"라는 질문엔 "잘못된 것을 밝히고 잘못을 것을 반복하지 말자는 것이 청문회의 목적 아니냐"며 "사실이 확인된다면 무슨 진통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정씨의 이날 증언으로 김 전대통령이 청문회에 나와 증언해야한다는여론의 압력이 드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 전대통령이 정씨로부터 자금을 받은 일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으나 정씨는 이날 의원들의 질문을 답하는 형식이긴 하나 대선자금 제공 사실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물론 김 전대통령측은 어떠한 형태의 증언에도 응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김 전대통령의 청문회 증언이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이와관련, 일각에서는 김 대통령의 청문회 증언을 놓고 여권핵심부와 상도동간의 정치적 절충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절충 과정에서 김 전대통령이 자신의 말대로 "감옥에 가는 일이 있더라도 청문회에는 안나간다"고 버틸 경우 김 전대통령이 도덕성의 타격을 받겠지만 여권의 정국운영에도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