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6일자) 연대보증 관행 고쳐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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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성실하게 살아온 한 서울시청 말단 공무원이 친구 빚보증을 섰다가 잘못되는 바람에 퇴출대상자로 몰렸고 끝내는 과로사했다는 소식이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이번 일이 아니더라도 사회생활을 하면서 한두번쯤 보증문제로 골치를 썩혀 보지 않은 사람은 드물 것이다. 특히 혈연 지연 학연 등의 인간관계가 사회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우리사회에서는 가까운 친척이나 친구 또는 직장동료의 보증부탁을 거절하기가 여간 곤란한 일이 아니다. 이런 현실은 한국소비자보호원이 지난 97년이후 보증을 서본 경험이 있는 5백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확인됐다. 조사대상자의 31.3%인 1백59명이 이자나 빚을 대신 갚았다고 응답한 것이다. 이들중에는 울며 겨자먹기로 보증을 섰다가 월급이나 살던 집을 압류당했거나 퇴직금으로 빚을 갚기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실업자가 된 경우도 있다. 하지만 보증부탁을 부담스러워 하면서도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또는 자신도 보증을 부탁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보증을 서준 것으로 드러났다. 원래 보증은 어떤 사람을 채용하거나 돈을 빌려줄때 당사자의 불확실한 신용상태를 사후적으로 보완하는 방법의 하나다. 보증보험도 비슷한 기능을 하지만 전문적이고 상업적이라는 점이 다르다. 이에 비해 신용분석은 사전적인 대처방안으로 같은 값이면 사후대응보다 사전예방이 바람직하기 때문에 신용분석이 가장 우선돼야 함은 물론이다. 따라서 우리사회처럼 연대보증이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것은 매우 후진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위험부담을 가장 핵심적인 기능으로 삼는 금융기관이 고객에 대한 철저한 신용분석을 소홀히 한채 손쉬운 위험회피 수단으로 부동산담보 또는 연대보증을 남용하는 것은 일종의 도덕적 해이라고 비난받아 마땅하다.마찬가지 이유로 보증보험회사에서 연대보증을 요구하는 것도 부당한 일이다.최근에는 이런 관행을 악용해 변제능력이 없는 노숙자나 실업자를 보증인으로내세워 은행대출을 받거나 자동차를 할부구입한 뒤 되파는 수법으로 30억원 가량의 부당이득을 취한 사기단까지 적발됐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우리사회의 잘못된 관행이 구석구석 들추어지고 고쳐지고 있는 것은 불행중 다행한 일이다. 한예로 IMF사태 이후 어음거래가 크게 줄어든 사실을 들 수 있다. 이제는 누구든지 자기 책임아래 자신의 신용을 유지.관리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연대보증도 마찬가지다금융기관 자신들이 져야 할 위험부담을 보증인에게 떠넘기고 땅짚고 헤엄치기식으로 손쉽게 장사하는 관행은 하루빨리 고쳐져야 한다. 기업부도 및 개인파산이 급증한 마당에 과거처럼 연대보증을 강요하는 것은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클 뿐만 아니라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