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과 전망] (인터뷰) 도널드 존스턴 <OECD 사무총장>

도널드 존스턴(Donald Johnston)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은 "한국 경제는 최악의 상황을 벗어났지만 브라질 경제위기와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수 없는 만큼 기업및 금융구조조정 등 개혁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존스턴 총장은 또 "OECD는 장기금융시장의 개방을 추구할 뿐 단기자금시장의 개방을 요구하지는 않는다"면서 OECD의 금융시장 개방요구가 한국 경제위기를 초래했다는 세간의 주장을 일축했다. 그는 오는 11일 서울에서 세계경제연구원(원장 사공일)이 주최하는 "세계경제의 앞날과 OECD의 역할"이라는 주제의 특별강연회에 참석해 특강을 베풀 예정이다. OECD 파리본부에서 그를 만나 세계경제 현안과 한국경제에 대한 평가를 미리 들어보았다. ======================================================================= -한국 방문 목적은. "세계경제연구원의 초청강연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번이 세번째 방문인데 한국의 전반적인 경제 상황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지금 한국에서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추진되고 있는데 개혁에 따른 현실적어려움은 무엇인지 등을 알고 싶다" -97년 한국은 OECD 가입 채 1년도 안돼 금융위기를 맞았다. 이에대한 OECD 내부의 평가는 어떤가. "한국 위기의 원인이 전적으로 한국에만 있다고 할 수 없다. 태국 금융위기 불똥이 주변국으로 번지며 한국도 환란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당시 OECD는 한국의 금융시스템이 완벽하지 못하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금융위기는 예상치 못했다. 그러나 한국은 위기 덕분에 오히려 대대적인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기회를마련할 수 있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한국은 97년 아시아 경제위기로 모든 것을 잃었다고 할 수는 없다. 지금 한국은 일련의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데 특히 금융분야 개혁은 괄목할만하다. 한국 금융시스템은 외환위기가 발생하자 마치 복병의 공격을 받은 것처럼 순식간에 무너졌다. 미국 스웨덴 캐나다도 과거 금융구조시스템 문제가 있었고 시행착오와 개혁을 통해 개선했다" -OECD가 요구해 왔던 금융 개방이 위기의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사실과 다르다. 우리는 한국에 금융시장을 개방할 것을 요구했지만 우리가 요구한 것은 장기채권시장이었지 단기자금시장이 아니었다. 이는 OECD의 기본 원칙이다. OECD가 환란을 가속화시켰다는 시각은 잘못된 것이다" -OECD는 아시아 환란발생 이래 동료 회원국인 한국을 위해 어떤 지원을 했는가. "OECD는 긴급 구제금융을 지원하는 국제금융기구도 아니고 법적 구속력을 가진 국제집행기구도 아니다. 그러나 위기발생 즉시 우리는 이곳 한국 대표부와 잦은 접촉을 갖고 연대의식 차원에서 먼저 심리적 지원부터 시작했다. 당시 구본영 한국 대표부 초대 대사가 회원국에 협조를 요청하자 모두들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OECD 정례 각료이사회는 아시아 위기극복에 협력하자는 내용의 회원국 공동 선언문을 채택하기도 했다. 지금도 우리는 한국 대표부와의 긴밀한 협조체제 속에 OECD가 축적해 놓은연구 결과와 전문지식(Expertise)을 제공하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기관들이 한국의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하고 있다. 한국경제에 대한 OECD의 평가는. "최악의 상태를 벗어난 것만은 틀림없다. 산업생산력이나 무역수지, 그리고 외환보유고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금리는 오히려 낮아졌고 경제성장률도 위기 당시 예상했던 것보다 높다. 종합해 볼 때 한국에 대한 외부의 긍정적 시각은 옳다고 본다. 그렇다고 개혁의 속도를 늦춰서는 안된다. 자의였든 타의였든 한국은 새로운 역사의 장에 접어들었고 국제적 경쟁력을갖춘 국가로 태어나기 위해선 개혁이 계속돼야만 한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OECD 경제전망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 경제성장률은 99년에 0.5%를 기록하고 2000년에 4.0%의 본격적인 플러스 성장을 할 것으로전망됐다. 한국 경제의 장기 전망은. "경기회복의 시점과 강도는 주변 아시아국들의 경제상황, 구조조정 속도,대외신인도 회복 등 여러 요소에 달려 있지만 올해부터 플러스 성장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나는 아직도 한국의 기적을 믿고 한국의 미래에 대해 긍정적이다.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 모델인 한국이 선진국 클럽 멤버로 성장했다는 것은OECD로서도 자랑스러웠다. 현재 한국은 어떤 위기 당사국보다 빠른 속도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97년에 주어진 쓰라린 도전을 물리치고 개혁에 성공한다면 한국은 다시한번전세계에 또 다른 모범사례를 제시하게 될 것이다" -이번 방한기간중 관계자들을 만나 사회안전망 확충에 관해서도 논의할 것이라고 들었다. "경제개발은 사회보장문제와 분리될 수 없다. 사회보장이란 것은 인적 자원인 국민을 보호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인적 자원은 경제성장과 개발의 기본 요소다. 사회적 응집력(Social Cohesion)과 경제성장은 효과적으로 균형있게 조화돼야 한다" -최근 보호무역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는 우려가 있다. OECD 내에서도 이와 관련한 논의가 있는가. "OECD는 이 문제를 아주 심각하게 보고 있다. 철강 덤핑 시비를 비롯해 곳곳에서 무역분쟁 조짐이 보인다. 이와 관련해 작년말 OECD는 철강위원회를 열고 "철강수입국들이 시장보호를위해 성급한 조치를 취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의 시장개방체제 유지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무역분쟁 확산 여부는 미국에 달려있다고 본다.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멈추고 실업률이 증가하면 무역분쟁이 심화되고 결국전세계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될 우려가 있다" -최근 브라질 사태를 비롯해 러시아 상황 등을 볼 때 세계경제를 결코낙관적으로 볼 수 없는데 OECD의 전망은. "OECD는 올해 회원국 전체 경제성장률을 작년(2.2%)보다 소폭 둔화된 1.7%로 전망했다. 브라질 사태와 관련된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글로벌시대의 경제는 말 그대로 모든 국가가 세계경제 시스템에 연결된 것으로 어느 특정지역에서 어려움이 발생하면 자연히 영향받게 된다. 그래서 국제적 공조체제가 필요한 것이다. 지금 국제사회는 국제금융체제의 새로운 구조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데 내용이 상당히 진전되고 있다. 결국 아시아 경제위기 발생은 국제사회로 하여금 이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게 만들었다. 이는 21세기 세계경제를 위해 아주 중요하다고 믿는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