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읽기] '시간의 종말' .. 석학 4명 밀레니엄 대담

불과 10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2000년. 새로운 천년의 시작을 앞두고 곳곳에서 밀레니엄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시간의 종말"(움베르토 에코 외 저, 문지영 박재환 역, 끌리오)은 세계적 석학들이 각자의 관심 영역에서 밀레니엄이 갖는 의미를 되새겨본 책이다. 미국 고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 프랑스 역사학자 장 들뤼모, 프랑스 동양학자 장 클로드 카리에르, 이탈리아 기호학자 움베르토 에코 등 4명의 석학들의 대담을 모았다. 굴드는 시간의 기원에서 이야기의 실마리를 찾는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날짜 계산법이 아니더라도 2000년은 세계사 속에 존재했을 것이고 따라서 그 자체로서 대단한 의미는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단지 심리적인 의미를 가질 뿐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지구가 여러 차례의 대량 멸종 위기를 넘긴뒤에도 여전히 번성하고 있는 점을 들며 천년왕국설의 허구를 지적한다. 장 들뤼모는 그리스도교 신자의 시각에서 요한계시록을 재해석하고 종말에 대한 인간의 두려움을 살폈다. 2000년이란 기독교 역사의 관점에서만 의미를 가진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불교에 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진 장 클로드 카리에르는 순환적 시간 개념의 연장선상에서 시간의 종말에 관한 개념을 정리했다. 움베르토 에코는 시간의 종말보다 세번째 1천년의 도래를 준비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2100년까지 민족국가.대의정치.윤리의 소멸, 유럽 종교의 다양화,형제애와 자매애 상실 등이 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