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조선 인연' 27년..현대중공업에 첫 일감 줬던 그리스회사

현대중공업은 11일 울산 조선소에서 31만t급 초대형유조선(ULCC)에 대한 명명식을 가졌다. 1년에도 수십번 치르는 명명식이지만 이번 행사는 정주영 현대명예회장으로서는 뜻깊은 감회를 주는 행사였다. 명명식의 주인공은 바로 그에게 맨처음 26만t급 유조선 2척을 발주해 줬던 그리스의 리바노스사(정식명칭은 선 엔터프라이즈사)의 리바노스 회장(63)이었던 것. 72년초 그로부터 유조선을 따낼 당시 정 명예회장이 제시했던 것은 소나무몇그루와 초가집 몇채가 덩그러니 서있던 울산 미포만의 쓸쓸한 모래사장 사진 한장과 영국의 스코트 리스고 조선소에서 빌린 26만t급 유조선 도면 한장이 전부였다. 그러나 36세의 젊은 리바노스 회장은 정 명예회장을 믿어줬고 정 명예회장이 이끄는 현대는 공기내에 유조선을 훌륭히 건조하고 지난 74년 6월, 첫 배를 띄움으로써 그의 믿음에 화답했다. 그로부터 25년,현대중공업은 이제 세계 최대의 조선사로 우뚝 섰다. 그룹의 튼튼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IMF(국제통화기금)국난에서도 수십억달러를 벌어들이는 큰 몫을 해냈다. 정 명예회장이 다른 모든 일정을 제쳐 두고 리바노스회장이 묵고 있는 경주현대호텔로 찾았던 것은 오늘의 현대가 있을 수 있도록 도와준 옛친구에대한 고마움을 표하기 위해서다. 정 명예회장은 리바노스 회장의 손을 부여잡으며 "현대에 대해 믿음을 가지고 발주를 해준데 대해 지금껏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고 있다"고 치사했다. 리바노스 회장은 "현대가 발전해가는 모습을 보니 한없이 기쁘고 신뢰가 간다"면서 정 명예회장의 안부를 물었다. 오찬을 하는 동안 내내 옛날 얘기를 하면서 우정을 나눴다. 지난 68년 설립된 리바노스사는 70년대 오나시스 니아초스와 함께 그리스 3대 해운사로 명성을 날렸던 대기업. 현재 총 13척의 선단을 보유, 그리스 해운시장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날 "크리스티나"호로 명명된 이 유조선은 길이 3백35m, 높이 31m 규모이며 전세계 항로에 투입돼 원유를 실어나르게 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