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졸업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로 시작되는 졸업식노래는 윤석중작사 정순철작곡으로 46년 만들어졌다. 1절은 재학생 2절은 졸업생 3절은 함께 부르는 이 노래는 지금도 여전히 전국의 초등학교 졸업식장에 울려퍼진다. 조선시대 성균관이나 태학을 졸업하려면 학과시험인 강서와 제술은 물론 행동고과인 구용지신의 점수도 좋아야 했다. 두가지 모두 엄격했으므로 졸업생들은 고과가 끝나면 제복인 청금을 찢는 파금행위를 통해 해방감을 만끽했다. 엄격한 절차가 끝나 졸업할 때는 치서좌라 해 나이 순서대로 앉아 임금이 내린 잔으로 한잔의 술을 공음하는 의식을 치렀다. 예나 지금이나 졸업식이란 재학중 열심히 공부하고 각종 규칙을 지켜내 정해진 과정을 마친 것을 치하하고 나아가 앞으로도 힘껏 노력해 사회와 국가 발전에 공헌해달라는 부탁을 하기 위한 것이다. 스승은 제자들의 성숙을 기뻐하는 동시에 진로를 염려하고, 학생들은 해방감을 느끼는 한편 정들었던 스승 친구들과의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자리다. 대다수 학교에서 번거로운 감이 없지 않은 성대한 졸업식을 거행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엔 이같은 졸업식의 의미가 점차 퇴색되고 있다. 고등학교의 경우 진학실패등 창피하다는 이유도 있지만 단순히 "졸업식이 별거냐"라는 생각때문에 참석하지 않는 학생들이 많다고 한다. 참석한 학생들도 울기는 커녕 옷과 모자를 찢고 밀가루칠을 하며 깔깔거린다. 또 대학에선 학점을 다 취득하고도 논문을 쓰지 않아 졸업이 아닌 수료자가 되는 경우가 늘어난다는 소식이다. IMF 이후 취직난때문에 졸업을 일부러 미루고 5학년생으로 남는다는 것이다. 구미에서 졸업이라는 뜻으로 "graduate"보다 널리 쓰이는 "commencement"는시작 또는 개시를 의미한다. 실제로 졸업은 또하나의 출발이다. 상급학교에 진학하거나 사회에 진출하는 경우 모두 새로운 세계를 향한 첫걸음을 떼는 절차다. 지난 생활에 대한 아쉬움내지 반성과 함께 새로운 각오를 하는 계기다. IMF라는 복병때문에 많은 졸업생들이 기쁨보다 우울과 두려움에 시달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상황은 변한다. 당장의 처지가 어렵더라도 기대감과 의욕으로 미지의 세계에 도전하는 건 젊음의 몫이자 의무다. 설사 입시에 떨어지고 취직시험에 실패했을지라도 오늘의 시련은 내일의 기쁨을 배가시킬수 있다. 모든 졸업생들이 보이지 않는 세계를 향해 더욱 힘차게 달리기를 기원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