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현장에 파고 든 행정

20일로 출범 한달이 되는 서울 양재.포이 벤처지원센터. 현장 행정의 표본이라는 점에서 처음 문을 열때부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관리들이 기업인들을 앉아서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직접 기업현장에 가까이 찾아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졌다. 센터는 서울 서초구 양재 2동 사무소 2층에 있다. 이 센터를 중심으로 양재동에만 벤처기업들이 5백여개 밀집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국내 최대의 벤처기업 단지인 포이밸리에 벤처지원 행정기관이 들어선 것이다. 지리적인 이점 때문인지 현장 행정의 효과는 문을 연지 얼마 안되지만 벌써 나타나고 있다. "자금 상담을 해오는 기업중 지원 요건을 갖춘 기업이 과천 중기청사에서 상담할 때보다 30% 정도는 더 많다"고 최정헌 센터장은 말한다. 그동안 정부의 지원대상이 될 수 있는 요건은 갖췄지만 제도를 몰라 혜택을 누리지 못했던 기업들이 많이 찾는다는 게 현장관리들의 설명이다. 관청에 갈 엄두를 못내던 이들을 센터가 제도권으로 끌어들인 셈이다. 이 곳에서는 관청의 높은 문턱을 느끼기 어렵다. 슬리퍼를 신고 오는 민원인이 있을 정도다. 과천에 센터가 위치했더라면 생각도 못할 일이다. 그러나 출발이 좋다고 경기에서 이기는 것은 아니다. 센터의 역할은 포이밸리를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육성하기 위한 인프라 조성이다. 현재 센터가 하는 일의 대부분은 상담이다. 접수까지 받는 것은 공장등록 정도다. 이 때문에 이곳을 찾은 기업인들은 또 다시 관청을 찾아가야 하는 불편을 겪는 경우가 많다. 자금신청을 접수하고 경영지도를 실시하며 공동원자재 구매를 주선하는 정도는 센터에서 직접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업무권한을 어느정도까지는 센터에 위임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그때서야 제대로 된 원루프(One Roof)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센터에는 중기청 중진공 기술신보 서초구청 기업은행 관계자들이 상주하고 있다. 하지만 업무권한의 한계 때문에 제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장으로 진출한 행정서비스가 진정한 효과를 발휘하려면 센터가 단순한 민원창구역할을 하는데 그쳐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