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문화재 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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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한 때 한국에서는 문화유적 유물의 발굴과 복원이 유행처럼 휩쓴 시기가 있었다. 쉴새없이 경쟁적으로 유적을 파헤치고 성곽이나 건물의 복원에 열을 올렸다. 그 결과를 깡그리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해도 그로인한 유적파괴나 얼토당토 않은 복원이 자행되는 심각한 폐단이 뒤따랐다. 그때 발굴복원된 삼국시대의 유적 가운데 비교적 성공한 경우로는 경주의 안압지를 꼽는다. 그러나 요즘도 그곳을 찾을 때마다 느끼는 것은 예스러움이 통째로 사라져 버렸다는 아쉬움이다. 새로 조성한 공원일 뿐이다. 더군다나 땅위에 드러난 초석위에다 못바닥에서 출토된 목재 일부를 참작해 복원했다는 석연치 않은 건물 몇 동은 더욱 그런 분위기를 자아낸다. 삼국시대의 건물은 남아있는 것이 전무한 형편에 초석이 나왔다고 해서 무턱대고 건물을 짓는다면 그것은 "창작"이지 "복원"이랄 것도 없다. "유적파뢰"란 바로 이런 것을 일컫는 것이다. 인도 그리스 이집트의 고대 유적을 돌아보면 복원한 것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무너졌으면 무너진대로 돌덩어리를 그자리에 그대로 쌓아 놓았다. 그대신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보호에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폐허같이 보이지만 관광객들은 고대의 분위기를 만끽하기 위해 그곳을 찾는다. 문화재관리국이 최근 국보11호 익산미륵사지 석탑을 해체복원하느냐 현상보수만 하느냐를 놓고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문화재위원회의에서 결정할 일이지만 93년 맞은편에 복원된 동탑의 흉한 몰골을 보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복원하는 것만은 피해야 겠다는 생각이든다. 올들어 김제시가 백제의 수리시설인 벽골제를 복원하기로 했고 순천시가 정유재란때 왜군의 전진기지였던 왜교성을 일본자본을 유치해 복원키로 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과거의 "복원병"이 왜 되살아 나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모든 복원은 실패하기 마련이고 왜곡일뿐"이라는 전통연구가 에드워드 쉴즈의 말을 되새겨 볼 때인것 같다. 97년 제정된 문화유산헌장도 "문화유산은 원래의 모급대로 보존돼야 한다"는 것이 첫머리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