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윤재의 돈과 법률] (151) '항공기 지연운항 피해'
입력
수정
지방에 급한 일로 내려가거나 아니면 고향집에 가기 위해서 비행기를 이용하는 경우, 급하게 서둘러서 공항에 나갈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비행기가 예정된 일정대로 운항하지 않는 바람에 낭패를 겪는 일이 간혹 생깁니다. 이런 경우에 속으로는 분통이 터지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디다 대고 뚜렷하게손해배상을 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다 보니 괜히 공항의 담당직원에게 언성을 높히는 일이 종종 눈에 띕니다. 공항직원도 사실 별 대책이 없기 때문에 그냥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기만 할 뿐입니다. 그런데 얼마전에 서울지방법원에서 나온 판결중에는 국내선 항공기가 고장나서 정상적으로 운항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탑승객에게 이를 알리지 않고 또 고장에 대비한 대체기 준비를 소홀히 하는 등 운항지연을 방지하거나지연시간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면 항공사가 지연운항에 따른 손해배상을 탑승객들에게 해야 한다는 재미있는 판결이 하나 있어서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서울에 사는 박씨 등은 지난 96년 제주도에서 있는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김포공항에 나와서 모항공사의 서울발 제주도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 탑승수속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항공사측에서 기체결함을 이유로 비행기의 운항을 취소하고 대체비행기를 마련하느라고 예정시간보다 2시간 30분이나 지나서야 제주도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세미나 일정이 변경되고 취소되는 등의 손해를 입게 됐습니다. 박씨 등은 항공사를 상대로 각자에게 1백만원씩의 손해배상을 하라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점검수리중에 있는 여객기에 대해서 전문정비팀으로부터 정상운항을 할 수 있다는 통보도 받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항공사로서는 당연히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서 대체기를 준비해두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승객들에게 이러한 사실을 사전에 알려서, 운항지연을 방지하고 그 지연시간을 줄일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조치를 취하지 않고 만연히 대처하는 바람에, 항공기 운항이 상당시간 지연된 이상, 승객들이 입은 정신적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항공사에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지연운항 사유가 존재함을 알면서도 이의 방지를 위하여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으로서, 앞으로 비행기나 고속버스등 다수의 승객을 대상으로 하는 운송업체의 경우, 운송지연을 회피하기 위해 좀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이와 비슷한 소송을 당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판결이 다수의 승객을 대상으로 하는 운송업체들로 하여금, 보다 향상된 고객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추구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