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정부 1년] 재계재편 : 외국기업 .. '달라진 인식'

국부를 빼가는 ''약탈자''에서 IMF(국제통화기금)체제 극복에 필요한 동반자이자 글로벌 경영의 전도사로... 외환위기 이후 외국기업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서 외국기업을 바라보는 눈길이 고와졌다는 얘기다. 특히 국내기업의 구조조정에 따른 감원 등으로 실업이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외국기업은 중요한 고용창출원으로 떠올랐다. 또 글로벌 경영의 모델및 전파자로서의 역할도 중요시되고 있다. 외국기업에 대한 평가가 바뀐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먼저 외국기업은 외환위기로 우리나라에 달러가 바닥났을때 "젖줄" 역할을 했다. 달러 공급원으로 외환위기를 극복하는데 한몫 톡톡히 한 것. 지난해 5월부터 장기 차관도입에 대한 용도 및 금액제한이 폐지된 이후 나이키스포트 클라크머티리얼핸들링아시아 로옴코리아 등 외국기업들은 잇따라 외국에서 달러를 들여 왔다. 98년중 외국기업의 장기차관 도입규모는 57건 10억8천만달러에 달한다. 이는 97년의 실적에 비해 14배가량 증가한 것이다. 외국기업은 해외모기업의 신용을 이용해 국내 금리보다 훨씬 싼 자금을 조달해 영업활동비용 등으로 사용했다. 외국기업의 수출기여도도 적지 않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1백대 수출기업중 외국기업이 10개에 달한다"고 말했다. 외국기업은 전 세계적인 마케팅망을 바탕으로 선진국시장을 집중 공략,상대적으로 높은 부가가치를 올리고 있다. 외국기업은 IMF(국제통화기금) 사태이후 침체에 빠진 국내 경제산업계에 활력소 역할을 했다. 도이체방크는 IMF 사태이후 국내은행이 대출금리 및 환가료를 올리는데도 금리인상을 자제했다. 고객사와 장기적인 관계를 무엇보다 중시하는 도이체방크는 기업의 부담을덜어주기 위해 기존의 대출원칙을 고수, 고객사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외국기업중 국내시장을 무리없이 공략하기 위해 철저한 현지화로 한국기업화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보워터 한라제지는 한라제지에 근무하던 직원 모두를 계속 고용하고 있다. TI코리아는 생산에 필요한 원부자재를 국산으로 구매하고 거래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외국기업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덴마크의 세계적인 조립식 완구업체인 레고의 한국법인인 레고코리아는 필요한 기술을 국내에 들여와 각종 원자재를 국내에서 직접 생산하고 있다. 기업이익중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레고코리아는 거북선조립대회를 개최하면서 얻은 수익금을 백혈병어린이를 돕는데 사용했으며 필립스코리아는 3억5천만달러를 들여 동대문의 조명시설을 바꿔줬다. 필립스는 지난해 8월 두차례에 걸쳐 수재의연금을 내기도 했다. 롱프랑그룹 계열사들도 수재의연금을 모금하는 등 수재민을 돕는데 앞장섰다. 유나니티드테크놀러지코리아와 LG칼텍스 등은 한강변 청소를 하기도 했다. 정부도 외국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시각을 바꾸는데 최대한 노력했다. 외국자본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외자유치의 최대 걸림돌이란 판단에 따라 정부는 외국기업의 역할과 기능을 홍보하는데 앞장섰다. 외국기업들이 국내에서 활동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각종 규제도 폐지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