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정부 1년] 경영혁신 : '힘실린' 이사회

김대중 대통령은 취임 직전인 지난해 2월중순 국민과의 대화에서 기업의 소유와 경영은 반드시 분리돼야 한다는 점을 무엇보다도 강조했다. 수많은 주주들이 회사를 소유하고 있는데 지분율이 높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대주주가 회사를 좌지우지해서는 곤란하다는게 그 이유다. 물론 대주주라도 경영능력이 검증됐다면 경영에서 배제될 이유가 없다는 예외조항도 덧붙였다. 김 대통령의 기업관은 소유와 경영의 철저한 분리에서 출발한다. 대주주 독단으로 기업을 경영한다는 것 자체가 위험한 발상인데다 대주주의 잘못된 결정으로 기업이 부실해질 경우 그 피해가 일반 주주들과 사회로 돌아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소유와 경영은 분리돼야한다는 것. 현정부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강요하는 갖가지 정책을 내놓았으며 기업들도 이를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왔다. 기업들은 그 해결책을 우선 이사회에서 찾고 있다. 이사회가 제기능을 발휘하면 소유와 경영은 자연스럽게 분리된다는게 재계의 판단이다. 과거 기업 경영은 대주주 1인의 손에 좌우돼 온게 사실이다. 형식상으로는 전문경영인이 회사운영을 총괄하는 형태였다. 하지만 전문경영인이 대주주의 결정을 거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대주주는 별다른 책임을 지지않으면서도 엄청난 권한을 행사했다. 이사회도 마찬가지다. 이사회는 형식에 그칠 뿐 모든 결정은 오너가 내렸다. 이사회는 그저 임원들이 모여 오너에 보고를 하는 자리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양상은 크게 바뀌었다. 우선 이사회 멤버가 달라졌다. 과거 이사회 멤버는 경영진들이 당연직으로 맡는게 원칙. 따라서 이사진은 대주주의 "거수기"에 지나지 않았다. 대주주의 이익이 다른 주주의 이익과 상치된다해도 결정은 대주주를 옹호하는 방향으로 내려지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제는 대주주를 대표하는 대주주이사와 회사경영을 책임지는 집행이사, 그리고 소액주주를 대표하는 사외이사 등으로 이사회의 멤버가 달라졌다. 이중에서도 특히 소액주주는 대주주를 견제하는 세력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물론 대주주가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곳도 많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회사도 적지않다. 그런 회사의 경우 대주주가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곳은 이사회 밖에 없다. 대주주는 자신의 이익을 이사회를 통해 주장하며 전문경영자들은 이사회에서 결의된 테두리 안에서 전권을 넘겨받아 자율적인 경영을 펼칠 수 있다. 집행이사들은 경영실적으로 이사들의 요구에 답하면 된다. 책임경영 차원에서 경영을 맡은 대주주들도 이사회의 감독을 받게 된다. 오너의 독단과는 거리가 멀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미국식 경영 구조다. 물론 이사회가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고 하기는 어렵다. 대주주의 목소리가 자신의 권리에 비해 월등히 큰 곳이 많다. 그러나 오너의 독주가 불가능해졌다는 것은 분명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