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센 교수의 메시지 .. 김진현 <총장>

김진현 지난주 서울에서는 두 천재 경제학자의 진지한 메시지를 들을 수 있었다. 미 재무부 부장관 로렌스 서머스는 지난달 25일 주한 미 상공회의소 조찬에서 한국 구조조정에 대한 미국의 신호를 보냈다. 금모으기 행사보다는 효과적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며 신뢰,정책신뢰가 특히 중요하다. 새 직업으로 옮길 수 있는 유연성을 배워야 한다. 우리는 회복중에 있으나 아직 병원에서 치료중인데 두려움의 부족, 자기만족의 위험이 있다. 반도체 조선 철강의 구조조정에서 정부보조의 의심을 받으면 파멸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마지막 두 대목은 우리 정부와 금융.기업.노동계에 매우 의미있는 신호라 할 수 있다. 미국 하버드대학 역사상 29세의 최연소로 정교수가 된 서머스는 45세로 재무부 부장관이면서 세계금융위기의 소방수 역할을 하고 있다. 그의 서울 연설을 듣는 내 귀에는 천재 경제학자로서의 지성은 없고 "정책의 쟁점"만이 차갑게 들렸다. 지난달 26일 정부와 세계은행이 공동 주최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국제회의에서 "민주주의와 사회정의" 주제로 특별강연한 아마티야 센 케임브리지대학 교수는 98년 노벨경제학 수상자(최초의 비서양 수상자)이며 25세에 자다푸르대학 경제학과장을 지낸 아마 세계에서 최연소 학과장 기록보유자일 것이다. 올해 66세인 센 교수의 관심은 매우 깊고 따뜻한 것이었다. 그는 경제학자라기 보다 고전적 의미에서 정치학자 풍취였다. 내 나름의 해석으로 그의 강연은 "발전(경제발전을 넘어)을 위한 민주주의와가치"였다. 빈곤(빈곤지수) 기아 소득배분 복지 사회선택 경제윤리 문제에 대한 대경제학자이며 분야로는 발전경제학인 듯 보이지만 기존 발전경제학의 경제성장 울타리를 근본적으로 넘어 정치 윤리 인간의 동기와 가치의 뿌리까지 일관함으로써 격단의 수준 높은 사회과학자의 품격을 보인다. 그는 이번 회의주제인 시장경제는 다소 무시하는듯한 태도를 보였다. 민주주의와 경제발전과의 관계에서 긍정 부정 모두 실증적 증가가 아직 부족하다. 민주주의는 좋은 사회발전의 기본구성요소로서 필수적이다. 경제를 포함한 모든 공공정책은 필연적으로 정의의 가치, 즉 옳고 고르고 투명하고 공개적이어야 한다. 기계적 다수의 이익만에 기초한 공공정책이어서는 안된다. 영국식민시절엔 인도에 기아가 있었으나 독립후 민주정치 아래에선 없어졌고 일당독재 중국에서 3천만명의 기아가 생겼다. 서양 가치나 아시아 가치속에서 민주주의의 자생적 요소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은 모두 실증적 근거가 없다. 시장의 유인, 경제적 동기, 즉 이윤극대화의 이기적 동기로만 발전을 이끌기는 부족하거나 잘못된 것이고 기업윤리, 정치적 동기, 시민적 가치가 궁극적 발전에 더 중요하다. 그는 강연의 시작에서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사건을 민주주의 등장으로 규정하고 강연의 끝은 민주주의 필요성못지않은 민주적 절차강화로 맺었다. 다음날 쿠마르 주한 인도대사가 주최한 만찬에서 복지가 창출하는 것은 재화가 아니라 획득하고자 하는 활동이요 기회라고 말한 센 교수의 인간적인 배경을 많이 알게 되었다. 그는 방글라데시에서 태어났고 교육은 부모의 고향인 인도 서벵골의 산티니케탄에서 받았다. 이 산티니케탄학교는 6세에서 19세까지의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시성이자 동양의 첫 노벨상 수상자인 R 타고르가 20세기초에 세운 학교다. 이 학교는 영국식민하에서도 서양보다는 동방 동양문화를 더 가르쳤고 그 학교 출신인 어머니도 일본 유도를 배웠다. 지금도 겨울 한 달을 꼭 벵골의 어머니 곁에서 보낸다. 그는 많은 불편을 참고 영국에 귀화하지 않고 인도시민권을 지키고 노벨상 상금을 모두 모국의 빈곤 타파를 위해 희사했다. 벵골의 한 시골학교가 두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낸데는 이런 "혼불"이 타고 그런 세계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센 교수의 메시지는 한국의 정책결정자들과 경제학자, 특히 아직도 GNP신화에 취한 경제결정론자 기능주의자들에게 자신들의 천박함에 부끄러울 만큼 깊은 교훈을 주었을 것이다. 경제학은 이윤과 시장의 것만이 아니라 경제성장을 넘는 "발전"과 보다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민주주의와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어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