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일자) 긴장감 도는 3월을 슬기롭게

노동계가 "3,4월 총력투쟁"을 선언한 가운데 우리의 경제위기 극복노력에 중대 고비가 될 3월이 왔다. 임.단협상이 시작되는 이른바 "춘투"의 계절인 3월은 그렇지 않아도 어수선하게 마련이지만 올해는 유난히도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하고 장외투쟁을 선언한데다 한국노총도 일단 노사정위 탈퇴를 3월말까지 유보하긴 했지만 요구조건이 받아들여지지않으면 탈퇴와 더불어 총력투쟁에 나선다는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특히 민주노총은 오는 14일 공공부문 총력투쟁 결의대회, 3월말 10만명 연대집회 등을 잇달아 연뒤 4월초쯤 총파업투쟁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사태가 이렇게 심상치 않은데도 막상 노동계를 달랠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이 안타까운 일이다. 구조조정과 정리해고 중단, 노동시간 단축, 사회안전망 구축, 산업별 교섭체제 보장 등 노동계의 요구사항은 하나같이 어려운 것 뿐이다. 여기에 노동문제와 관련된 주변환경마저 어두워 보인다. 경기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지난 1월의 실업률은 8.5%로 33년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업자는1백76만명으로 한달새 10만명 가까이 늘었다. 2,3월엔 2백만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노동계의 강성기류에 어느정도 명분을 제공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달중으로 예정된 민주노총의 새 지도부 선출 등 노동단체들의 내부사정도 산업평화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으며 임.단협상도 작년처럼 수월하게 넘어가지만은 않을 것 같아 걱정이다. 그러나 사태를 그렇게 비관적으로 볼일만은 아니다. 상급 노동단체들의 총력투쟁노선은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많은 산업현장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이와 관련, 우리는 한국노총이 노사정위 탈퇴를 유보한 것이나 민노총이 노사정위를 탈퇴하면서도 대화창구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이는 여론과 산업현장의 분위기를 노동계 지도자들이 어느정도 올바로 파악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노동계는 이 시점에서의 대정부 전면투쟁은 국가경쟁력 상실과 외국인투자 기피 등 당장 가시적인 국가경제손실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제 발등을 찍는 결과를 초래할 것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정부가 특별법을 제정해 노사정위의 위상을 강화하고 실직자의 노조가입을 허용키로 방침을 정한데 이어 근로시간 단축, 고용안정 협약 등 노동계가 요구하는 모든 주요 사안들을 노사정위 안에서 논의토록 하겠다고 약속한 이상 노동계가 대화의 장에 복귀할 명분은 충분히 주어졌다고 본다. 지금 우리 앞에 놓여진 과제는 합심 협력해도 풀릴까 말까할 정도로 힘겨운것 뿐이다. 결코 싸워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반목과 갈등으로 3월을 헛되이 보내면 4월에 정말로 큰 위기가 닥칠지도 모른다는 점을 노사정 모두는 명심하기 바란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