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로지] (뉴테크) '마이크로 칩이 약을 대신한다'

"칩이 약을 대신한다" 실리콘으로 만든 마이크로칩이 아픈 주사나 먹기 힘든 약, 위험한 의료 검진을 대신할 날이 곧 올 전망이다. 다소 황당한 얘기같지만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팀은 마이크로칩에 데이터를 넣는 대신 약품을 넣는 방법을 실제 개발해 냈다. 약품을 칩에 넣은 후 정확한 시간에 일정량만 내놓도록 프로그램화해서 그것을 삼키거나 피부속에 심어 넣는 것이다. MIT 연구원들은 이를 "스마트 타블렛(smart tablet)"이나 "칩속의 약(pharmacy on a chip)"으로 부른다. MIT 연구팀이 개발한 견본품은 진통제나 암치료제를 투여하는데 사용될 수있다. 마이크로칩 내부에 한가지 이상의 약물을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일정량만 흘러내도록 한다. 동전크기만한 이 칩에는 모두 34종류의 화학약품을 저장할 수 있는 방이있다. 각 방에는 음극을 띤 별도의 문이 달려있어 극미한 전압을 가할 경우 문이자동으로 열리면서 약물이 흘러나오도록 돼있다. 이 마이크로칩은 약간 떨어진 거리에서도 마이크로프로세서나 바이오센서에의해 동작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연구팀은 이 칩이 의료용뿐만 아니라 향기를 내는 보석, 향기를 내는 TV등에 사용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예컨대 TV화면에 바다 풍경이 나타나면 소금냄새가 난다든가, 정원이 등장하면 꽃향기가 나게 할 수 있다. 훨씬 실감나는 화면을 연출해 낼 수 있는 것이다. 이 칩의 또다른 장점은 생각만큼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견본품을 개당 약 20달러정도에 만들었다. 그러나 대량 생산을 하면 개당 비용을 불과 5달러 미만으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보고 있다. 연구팀은 앞으로 칩의 크기를 직경 2mm 정도까지 줄일 계획이다. 동시에 이 칩안에 약물의 종류별로 따로 담을 수 있는 미세한 저장용기를 1천개이상 만들 생각이다. 연구팀을 이끌고 있는 로버트 랜저 박사는 "이번에 개발한 칩이 기술적으로는 실생활에 당장 응용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실용화할 경우의약계는 물론 다양한 분야에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랜저 박사팀은 현재 이 마이크로칩과 관련된 2건의 특허를 출원해 놓고 있다. 또 조만간 동물을 대상으로 실험을 한 후 임상 실험에도 나설 계획이다. 한편 영국에서는 최근 기능은 다르지만 소형 칩을 팔에 삽입시키는 실험이진행돼 관심을 모았다. 런던에 있는 리딩대학의 케빈 워윅 교수는 자신의 팔에 가로 0.25cm, 세로2.5cm 크기의 캡슐을 넣었다. 이 캡슐에는 실리콘 칩과 전극을 띠는 코일이 들어있어 미리 녹음된 간단한말을 할 수 있다. 예컨대 기상시간을 알려주는 알람기능을 한다. 워윅 교수는 "이 칩이 신체와 반응할 수 있는지를 연구하는 게 앞으로의과제"라고 말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