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기업면톱] 미래산업 '미국 애너하임 신화'

"미스터 정(정문술 사장)을 좀 만나게 해주십시요." "최고급 골프장으로 모실테니 시간을 내 주십시요." 지난달 말 미국 애너하임에서 열린 전자부품생산장비 전시회(넵콘웨스트)에서 한국의 한 중소기업 사장을 만나기 위해 수많은 바이어들이 건넨 말이다. 이들은 미주 아시아 유럽등지에서 칩마운터를 판매하는 굵직한 에이전트들. 쿼드와 스피드라인 같은 세계적인 칩마운터 생산업체나 아웃소싱 전문업체도들어있다. 이들의 목표는 지역별 대리점권을 따내거나 전략적제휴를 맺기 위한 것. 미래산업은 반도체장비를 생산하는 한국의 중소기업. 게다가 칩마운터 분야에는 처음으로 진출한 애송이기업일 뿐이다. 하지만 이 회사가 전시회에 선보인 제품은 가격과 성능면에서 세계시장을 주도할 만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칩마운터는 컴퓨터 정보통신장비 가전제품 생산에 없어서는 안될 핵심장비. 인쇄회로기판(PCB)위에 반도체모듈 콘덴서 저항기등 각종 전자부품을 신속 정확하게 올려놓는 일종의 로보트다. 전자제품의 생산성과 성능을 좌우하는 설비다. 지멘스 마쓰시타등 기라성같은 업체들이 연간 24억달러로 추산되는 이 시장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바이어들이 처음부터 미래산업 제품에 관심을 보인 것은 아니었다. 전시회가 열리기 전에 최종소비자나 에이전트에게 제품개발을 알리는 편지 1천여통을 보냈지만 이들이 전혀 알려지지 않은 회사 이름을 기억할리 없었다. 어쩌다 부스에 들른 바이어들이 팔짱을 낀채 시큰둥한 표정으로 시연이나 한번 해보라는 주문을 했다. 기계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자 이들의 태도는 돌변했다. 팔짱을 풀고 고개를 숙여 설비내부를 유심히 들여다 봤다. 그리고는 곧바로 자사의 경영진에게 핸드폰으로 연락했다. "감동적인 제품이 나타났다" 기존 설비에 비해 30%나 빠른 속도 그리고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정교한 작업. 12개에 이르는 노즐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부품을 집어다 PCB위에 정렬시켰다. 미래산업이 이 전시회에서 일으킨 바람은 돌풍을 넘어 기적에 가까운 것이었다. 첫 출품에 무려 1천여명의 바이어와 상담을 벌였다. 1백여개 가까운 업체들이 대리점권을 달라고 요청했다. 내년말까지 9천만달러 수출목표를 잡은 것은 이같은 바이어의 반응에서 자신감을 얻은데 따른 것. 이 장비는 미래산업 연구진의 땀과 눈물이 배어있는 결정체였다. 97년 하반기 제품개발에 착수한뒤 연구원들은 분당연구소내에 야전침대를 갖다 놓았다. 1백여명에 이르는 연구원은 대부분 대기업 연구소에서 5~10년정도의 경력을 쌓은 사람들이었다. 이들의 목표는 칩마운터분야에서 한번 일을 내자는 것. 지난해엔 어려움이 많았다. 외환위기여파로 회사매출이 절반이하로 격감한 것. 반면 개발비는 밑빠진 독에 물붓기였다. 이미 1백억원이상을 쏟아부었지만 추가로 더 필요했다. 아무리 회사가 개발비투자를 아끼지 않는다해도 매출이 격감하는 상황에서 신규장비 도입을 요청하는게 눈치가 보였다. 하지만 정 사장은 필요한 장비는 무엇이든 사주겠다고 약속했다. 오히려 예산을 깎아 연구원들과 마찰을 빚었던 한 임원을 해고하기까지 했고 마침내 애너하임에서 일을 저지른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