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청도 소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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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팜플로나에선 매년 7월초 성페르민축제가 열린다. 이때면 매일 아침 하얀옷에 빨간목도리를 두른 젊은이들이 우리에서 방출된 성난 소들을 투우장으로 유인하는 소몰이행사를 펼친다. 소와 사람이 떼지어 거리를 질주하는 아슬아슬한 장면과 오후의 투우경기를보기 위해 해마다 팜플로나엔 세계 각지의 관광객이 몰려든다. 소싸움은 투우와 성격은 다르지만 스릴과 재미면에선 그에 못지 않다. 평소 유순함의 상징인 소들이 두눈을 부릅뜨고 뿔치기 뿔걸이 밀치기 목치기 옆치기등 갖가지 방법으로 힘과 기량을 겨루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다. 시간 제한이 없어 엎치락 뒤치락하는 것도 관객의 호흡을 멈추게 하는 요소다. 소싸움대회는 진주 김해 함안 영천등 영남지역과 경기 강원 일대에서 두루 펼쳐지나 경북 청도대회가 가장 유명하다. 전국 싸움소의 절반이상이 청도에 있을 정도다. 그동안 지역행사에 머물던 청도소싸움대회가 올해부터 문화관광부 지정 문화관광축제로 확대돼 주목을 끈다. 14일까지 열리는 이번 축제엔 전국의 싸움소 1백80여마리가 출전한데다 특히 일본 싸움소 세마리가 건너왔다 해서 화제다. 이번 축제에선 소싸움외에 미국 카우보이들이 사나운 소를 길들이는 한우로데오, 순한 황소 순덕이를 타고 기념촬영하는 소타기, 소싸움사진촬영대회 한우요리페스티벌등 부대행사도 준비돼 눈길을 끈다. 씨없는 감으로 널리 알려진 청도반시와 아이스홍시등 특산물도 판매된다. 청도군은 1백32마리가 출전한 지난해 10만명이상의 관람객이 몰린 만큼 올해엔 30만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 경기장 지름을 45m로 늘리고 7천대 규모 주차장도 마련했다 한다. 소싸움을 스페인 투우에 버금가는 세계적 관광상품으로 만들기 위해 2001년까지 상설경기장도 건설한다는 소식이다.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지자체의 관광객 유치 움직임이 활발하다. 사람들을 불러들이려면 볼거리 먹을거리 살거리가 있어야 한다. 청도의 경우 근처에 운문사등 유명사찰이 있고 특산품도 충분하다. 국제적 관광지로서의 조건은 갖춘 셈이다. 문제는 소싸움대회의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운영과 홍보, 교통과 숙식 문제 해결, 지역민들의 친절과 편의제공에 달렸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