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3일자) 효율화가 깎는 것만은 아니다

건설교통부가 12일 발표한 "공공건설사업 효율화 종합대책"은 공공부문 개혁의 가장 핵심적인 과제이면서도 가장 풀기 어려운 문제에 도전했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갖게 한다. 정부는 사회간접자본시설(SOC) 확충 등을 위해 매년 40조원에 달하는 재원을 건설사업에 쏟아붓고 있지만 비효율적이고방만한 사업추진으로 인해 막대한 예산을 낭비해온 것이 사실이다. 사업비의 10%만 절감해도 공무원 10만명이상을 감축할 때의 예산절감효과와 맞먹는다고하니 공공사업 효율화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 발표된 정부 대책의 골자는 2002년까지 사업비의 20%를 절감한다는 목표아래 투명한 공정경쟁 및 공사관리체제 구축, 선보상 후시공 원칙의 제도화, 건설공사의 실명제 도입 등 획기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산업에 비해 비효율적 생산구조를 가진 건설산업의 국제경쟁력을 획기적으로 제고하여 21세기의 새로운 고부가가치산업으로 육성한다는 것은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공공사업에서 예산절감과 품질확보라는 두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해서는 민.관이 환골탈태의 각오로 국내건설시장의 오랜 고질병을 털어버리지 않으면 안된다. 우선 주먹구구식 사업계획 및 타당성조사 등 사전준비 소홀로 빚어지는 낭비부터 없애야 한다. 사업시행 단계에서부터 엄청난 혼란과 손실을 초래한 사례는 경부고속철도와 서울시 2기 지하철사업 등 일일이 열거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사업관리가 엄격해야 할 건교부조차 사업을 할 때마다 4~5회의 설계변경을 해 예산을 43%나 더 쓰고 있다니 다른 부처는 말해 무엇하겠는가. 또다른 낭비요인이 되고 있는 입찰 담합.덤핑관행도 워낙 뿌리가 깊어 처벌강화만으로는 근절되기 어렵다. 현재 대형 공공사업 입찰은 3분의 2가 담합이나 덤핑 의혹이 짙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을 정도다. 덤핑의 경우 덤핑분의 손실을 약자인 하도급업자에게 전가하여 건설산업기반을 무너뜨리고 부실공사를 초래해 결국 국민만 피해를 보게 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담합보다 더 나쁘다고 할 수 있다. 이번 효율화 대책이 예산절감에 초점을 둔 것은 납득이 가지만 단순히 설계비나 공사비를 깎는 것으로 이해돼선 곤란하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업계의 적정이윤은 보장돼야 한다. 예산을 아낀답시고 무조건 공사비를 과소 책정하거나 낙찰률을 떨어뜨려 업체의 수익성을 해치면 장기적으로 더 큰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이번 대책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이른바 지역 숙원사업과 집단민원 등 정치.사회적 요구에 얼마나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느냐 하는 것도 관건이라고 본다. 사업시행절차를 법제화하여 무분별한 민원이 합리적.객관적 절차와 기준에 따라 걸러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