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제언] "도로행정 불합리한 제도 뜯어고쳐야" .. 김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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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국주 호주 시드니의 교외로 나가면 도로 폭은 변동이 없는데 제한속도가 수시로 바뀐다. 시속 90km로 한참 달리다보면 이번엔 시속 60km로 속도제한 표시가 나온다. 그러나 그 나라 운전자들은 정확하게 이를 따른다. 감속표시 뒤에는 어김없이 급한 굴곡이 있든가, 눈에 안 띄는 진입로 등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도쿄의 번화한 교차로에는 우회전차로(우리의 경우 좌회전차선에 해당)와 직진차로 경계선에 벽돌높이 만큼의 턱을 만들어 놓은 곳이 많다. 우회전차로로 진입했다가 직진차선으로 끼어드는 얌체 운전자가 많았다는 증거다. 담을 쌓아서라도 규율을 지키도록 하려는 행정이 엿보인다. 미국은 대도시 안팎에 다이아몬드레인을 만들어 3명이상 탑승한 차만 이용할수 있도록 했다. 상당히 잘 지켜지는 편이다. 순찰차가 있기도 하려니와 고발정신이 높기 때문이다. 고발이 쉽도록 고발 전화번호를 곳곳에 크게 써 붙여 놓은 것도 눈길을 끈다. 우리의 경우 매우 다르다. 서울 남산터널의 바닥에는 시속 40km라는 속도제한 표시가 있다. 하지만 어느 운전자도 이 속도를 지키지 않는다. 그 속도로 가야만 될 까닭을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다. 또 터널안에서 단속됐다는 얘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 주말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도 마찬가지다. 한때 헬리콥터로 촬영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대낮에도 그렇고, 특히 해가 저물면 지키지 않는 승용차들이 독버섯처럼 쏟아져 나온다. 일반 시민의 고발은 "증거력 불충분"으로 채택되지 않고 있다. 단속경찰차는 의아할 정도로 드물다. 비현실적이거나 불합리 또는 불철저한 제도는 이를 악용하려는 왜곡된 행동을 낳는다. 반복적 행동은 습관을 낳고, 나쁜 습관은 국민성을 퇴행시킨다. 도로행정에서부터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할 것이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불합리한 제도를 뜯어 고쳐야 한다. 규제완화도 이같은 방향에서 추진돼야 한다. 또 규칙을 만들었으면 이것을 엄격하게 감독하는 기능도 강화해야 한다. 그것이 시장의 룰을 중시하는 자유시장경제의 기본원리이기 때문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