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권한 강화 '내각제 실험' .. 조직개편 최종안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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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2일 최종 확정한 2차 정부조직개편안의 핵심은 "총리 권한의 대폭강화"로 요약된다. 총리는 기획예산위원회와 예산청을 합친 기획예산처와 국정홍보기능을 총괄하는 국정홍보처까지 직할하게 됐다. 이로써 총리는 정부조직상으론 명실상부하게 대통령과 국정을 나눠 관장하게 됐다. 중앙인사위원회가 대통령 직속으로 배치됨으로써 대통령은 국정의 큰 틀과인사를 챙기고 총리는 그 틀안에서 국정을 실무적으로 책임지는 시스템이 짜여졌다고 볼 수 있다. 내각제를 의식한 흔적이 역력하다고 볼 수 도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번 조직개편의 세부내용을 보면 정치논리와 부처이기주의에 밀려개혁이 퇴색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지난해 11월 정부조직에 대한 경영진단에 착수할 때만 해도 정부는 21세기를 준비하는 국가경영시스템 구축과 "작은 정부" 실현을 통한 정부개혁을 목표로 내걸었다. 그러나 확정안은 당초 비전과는 거리가 멀다. 개편시안을 놓고 공동여당인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당론이 완전히 엇갈린데다내각제가 "목에 가시"처럼 걸려 있는 정치상황에서 나눠먹기식의 손쉬운 조직개편을 택한 인상이 짙다. 과학기술부를 국가과학위원회로 개편하는 방안을 막판에 보류하는 등 통폐합대상 부처들을 그대로 두기로 한 것은 한 것은 이달말 보궐선거와 내년 4월총선을 앞두고 공무원의 반발을 의식한 결과로 볼 수 밖에 없다. 실제로 당정협의과정에서는 일부 여당의원들이 "공무원들이 등을 돌리면 어떻게 선거를 치르냐"며 부처통폐합을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개혁이 "용두사미"로 끝남으로써 금융과 기업등 민간부문의 개혁에도 여파를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시작단계에서 정체되고 있는 대기업들의 빅딜(대규모 사업교환)을 정부가 몰아붙일 명분이 그만큼 약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를 의식한 듯 부처별로 국 과의 조직을 통폐합하고 인원을 삭감함으로써 개혁을 보여 준다는 복안이다. 현재 1만7천명으로 잡혀 있는 공무원 감축계획을 수정, 8천~9천명을 더 늘리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개편과정에서의 노골적인 관료집단의 반발에 비춰 볼 때 인원감축도 제대로 이뤄질지 미지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