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강국을 꿈꾼다] 청사진 : 서민금융기관 .. '2세오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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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신용금고의 "2세 오너"들이 주목받고 있다. 민국(서울) 양형근 사장, 포항(경북) 이도희 사장, 진주(경남) 윤철지 사장, 고려(전북) 조희천 사장, 현대(부산) 정길영 사장 등이 아버지로부터신용금고를 물려받아 직접 경영을 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연령층이 40~50대이고 명문대학을 졸업했다는 공통점을갖고 있다. 민국금고의 양형근(44) 사장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연구원으로 있다 아버지의 권유에 못이겨 신용금고를 맡았다. 경기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양 사장은 지난 79년부터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기술경제연구부에서 5년동안 연구원 생활을 했다. 산업정책수립을 위한 부문연구(80년12월), 투자분석모형의 개발에 관한 연구(82년5월) 등 6~7건의 연구논문을 냈다. 이런 경력 덕에 양사장은 금고업계의 "두뇌"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84년 3월12일 민국금고에 발을 들여놓은 뒤 92년부터 사장을 맡았다. 민국금고는 97회계연도(97년7월~98년6월)에 세후 1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으며 여수신고가 각각 1천억여원인 중형금고다. 진주상호신용금고 윤철지(50)사장은 지난 77년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아버지가 사장으로 있었던 진주금고에 입사했다. 다른 2세 경영인들과는 달리 임원이 아니라 영업직 직원으로 출발해 2년여동안 실무를 익혔다. 또 다른 신용금고에서 수습사원생활도 했다. 79년 상무이사에 취임해 15년여동안 진주금고의 업무를 총괄하며 금융업을 배웠다. 진주고와 고려대 철학과를 졸업한 윤 사장은 평소 직원들에게 "발로 뛰는 금고가 되자"고 강조한다. 진주금고가 3백65일 내내 영업을 하는 것은 윤 사장의 이런 철학이 반영된 탓이다. 모든 금융기관이 문을 닫은 일요일.진주금고 고객들은 창구를 찾아가 입출금을 할 수 있다. 진주중앙시장 상인들은 시장을 찾아온 진주금고 직원들로부터 동전을 교환하고 하루 매상고를 금고에 입금하기도 한다. 진주금고는 지난해 말 현재 수신고가 1천4백85억원으로 지방금고 중에서는 대형 우량금고에 속한다. 전주의 고려상호신용금고 조희천(48)사장은 7년전인 92년에 전직원을 대상으로 연봉제를 도입해 화제가 됐다. 연봉제는 대기업들조차 최근에야 도입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시 조 사장의 결정이 얼마나 신선한 충격이었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연봉제를 도입한 지 7년이 흐른 올해부터는 회사와 직원 한사람 한사람이 개별 연봉협상을 하게된다. 연봉제가 완전 정착된 것이다. 조사장은 "연봉제 도입 첫 해에 직원들에게 받고싶은 연봉이 얼마인지 써내라고 했는데 한 명만 빼고 모든 직원의 생각이 나와 비슷했다"며 "그래서모두에게 원하는 만큼 줬다"고 말했다. 조사장은 공과대학을 졸업했다. 78년 연세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에 입사했다. 항만설계 일을 주로 하던 그는 81년 고려금고에 첫 발을 디뎠다. 6~7년 동안 총무부장을 한 뒤 89년 어머니로부터 금고를 물려받아 사장에 취임했다. 조사장은 금고업계에서는 드물게 경제학 박사학위도 갖고 있다. 지난해 "지역금융기관의 구조조정에 관한 연구"로 학위를 따고 전주대 군산대 등에서 강의도 했다. 상호신용금고 전북지부장도 역임하는 등 신용금고 업계 전체의 발전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는 평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