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윤재의 돈과 법률] (166) '불필요한 건강검진 검사'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은 보통 1년에 한번씩 정기건강진단을 받게 됩니다. 또 요즘은 직장인들 뿐만 아니라 개인들도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 정기적으로 건강진단을 받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간혹 보도를 보면 병원에서 불필요한 검사를 너무 많이 한다는 얘기를 듣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오늘은 이 문제와 관련해서 최근에 나온 대법원 판례를 하나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전북에 사는 정씨는 정기건강진단을 받기 위해 어느 대학병원을 찾아가서 자궁암검사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예전에 받았던 다른 병원과는 달리 이 병원에서는 별다른 얘기도 없이 조직검사까지 했습니다. 그 결과 정씨는 온몸이 시리며 기운이 없고, 다리와 허리에 통증을 느끼게 되는 등 마치 애를 낳은 것 같은 후유증이 생겨서 결국 병원에서 치료까지 받게 됐습니다. 정씨는 자궁암검사를 담당한 의사가 아무런 설명없이 조직검사까지 시행하는바람에 이런 문제가 생긴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병원을 상대로 그간 지출한 치료비와 위자료를 지급해 달라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정씨가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자 병원에서는 자궁암이 있는지를 확실하게 알기 위해서는 반드시 조직검사가 필요하고, 또 단순히 자궁암 검사를 하는 경우에는 그 후유증까지 설명할 의무가 의사에게 없다고 주장을 했습니다. 이런 병원측의 주장이 일심법원에서 받아들여졌습니다. 정씨는 이런 법원의 판단에 수긍할 수가 없어서 대법원에 상고를 했습니다. 대법원에서는 당초 법원에서 내린 결론을 뒤집고는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대법원의 판결내용을 그대로 인용해 보면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담당하는 의사는 그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치료에 앞서 실시하는 검사가 특히 신체의 손상을 가져올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불필요한 검사를 실시하지 않을 주의의무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직검사로 인해서 발생될지도 모르는 후유증에 대해서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고 조직검사를 시행했다면 그것은 의사가 과잉진료 내지는 환자에게 조직검사에 대해서 설명해 줄 의무를 위반한 것이기 때문에 불법행위에 해당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결론이었습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 따른다면, 병원에서 특별히 필요하지도 않은데 과잉으로검사를 하거나, 아니면 그 검사 결과, 어떤 후유증이 올 수도 있다는 점을 환자에게 설명하지 않고 검사를 강행할 경우에, 만일 환자가 그로 인해서 피해를 입게 되면 병원에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됩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모든 것을 의사에게 맡기고 진료를 받는 환자들의 입장을 보호하기 위해서, 의사에게 과거보다는 넓게 진료행위의 내용을 설명하도록 하고, 또 과잉검사를 하지 못하도록 한데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겠습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