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5일자) 국제유가 급등에 대비해야
입력
수정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비롯한 주요 산유국들이 오는 4월1일부터 석유생산량을 하루 2백10만배럴씩 줄이기로 합의한 것은 여러가지 정황으로 보아 우리에게 무척 좋지않은 소식이다. 감산합의로 국제유가가 오르게 되면 국제수지를 악화시키는 것은 물론 물가불안을 야기시킬 소지가 크다. 더구나 우리경제는 위환위기를 간신히 벗어났다고는 하지만 구조조정이 한창 진행중인데다 경기가 모처럼 회복기미를 보이려는 취약한 시점에 처해있어 유가급등은 즉각적이고 큰 파장을 몰고올 가능성이 크다. 정책당국은 그같은 점을 염두에 두고 최악의 상황까지를 감안해서 여러가지 대책을 폭넓게 강구할 필요가 있다. 물론 산유국들의 감산합의가 어느정도 강도높게 지켜지느냐에 따라 원유가 상승폭이 크지않을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과거에도 몇차례 감산합의가 이뤄졌지만 잘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는 다르다.OPEC국가들뿐 아니라 비OPEC국가들까지 감산에 참여한데다 더이상 저유가를 방치할 경우 세계경제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않는다는 공감대가 형성돼있기 때문이다. 국제전문가들은 산유국들의 감산합의가 100% 준수된다면 올 연말 유가는 배럴당 18~20달러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한다. 이같은 전망이 현실로 나타나게 되면 우리경제는 치명적인 상처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연간 약 8억7천만배럴의 원유를 수입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유가가 배럴당 5달러만 오른다 하더라도 40억달러이상의 무역적자가 추가로 늘어나게 된다. 특히 우리 경제는 에너지 다소비구조를 갖고 있는데다 국제가격 급등락에 따른 완충장치도 미흡해 유가상승에 따른 파장은 클 수밖에 없다. 또 유가가 오르면 전반적인 물가상승으로 이어져 서민생활의 고통이 가중될 것은 너무나 분명하다. 문제는 우리의 노력으로 그같은 우려를 말끔히 없애는 수단은 많지 않다는데 있다. 유류소비를 줄여 수입규모를 축소하는 것이 가장 직접적인 해결방법중의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극심한 경기침체하에서 강력한 소비절약시책을 펴는 것도 최선의 방안인지는 다시 생각해볼 문제다. 에너지 절약은 최대한 유도하되 수출을 늘려 원유가 상승에 따른 무역적자요인을 어느정도 상쇄시키는 보다 적극적인 국제수지 대책을 펴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유가상승으로 산유국들의 경기가 회복되면 이들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것도 유효한 대책이다. 정부는 거시경제지표를 포함한 경제운용전략을 전반적으로 재점검하고 필요할 경우 신속한 대응이 이뤄질 수 있도록 실효성있는 정책대안을 서둘러 준비해야 할 것이다. 국민들도 그동안 힘겹게 지켜온 IMF 위기감이 해이해진 것은 아닌지 이 기회에 한번씩 되돌아 보아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