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도솔암' .. 이영진

산은 큰문이다. 산을 열고 들어서면 등뒤의 길은 사라지고 어느새 산은 보이지 않는다. 아무 이름 없이도 꽃들은 피었다 지고 잃은 것도 얻은 것도 없이 물은 흐른다. 수면에 숲그림자 짙은 고요한 정오, 잊혀졌던 무한한 생이 물무늬처럼 번져간다. 나는 아무 기다림 없이도 산을 오를 수 있다. - 시집 ''아파트 사이로 수평선을 본다''에서 --------------------------------------------------------------------- [ 약력 ] 56년 전남 장성 출생. 76년 "한국문학"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6.25와 참외씨" "숲은 어린 짐승들을 기른다"가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