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즈니스) 법/회계/컨설팅 : (법경제 이야기) '경쟁'

[ 법간의 경쟁과 좋은 법 ] 김정호 어떤 법이 좋은 법인가. 다수가 원한다는 사실만으로 좋은 법인지의 여부를 가릴 수 없다. 국민이 10명인 직접 민주주의를 하는 나라가 있다고 가정하자. 그 중에서 9명이 나머지 한 명을 미워한다. 이제 다수를 이루고 있는 9명이 요즈음 말로 "왕따"를 당하고 있는 한 사람의 재산을 빼앗어도 된다는 법을 만들었다. 다수결의 요건을 충족시켰으니 그런 법도 법이긴 하지만 결코 좋은 법은 아니다. 어떻게 해야 이런 일이 빚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을까. 법경제학자들은 법들끼리 경쟁을 시키라고 권한다. 미국의 회사법이 좋은 사례다. 경영자와 주주간의 관계는 회사법이 규율한다. 50개가 넘는 미국의 각 주들은 저마다 나름의 회사법을 가지고 있다. 경영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회사법을 가지고 있는 주를 택해서 회사를 설립한다. 투자자들은 수익률이 가장 높을 회사의 주식을 사서 주주가 된다. 자본시장에서 투자자들의 돈을 끌어들이기 위해 경쟁해야 하는 경영자들로서는 투자 수익률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는 회사법을 가진 주에 회사를 설립하려고 할 것이다. 여기서 눈 여겨 봐야 할 것은 주정부의 역할이다. 미국의 주들은 자기 주에 등록한 기업들로부터 일종의 세금을 받기 때문에 많은 회사를 자기 주에 끌어들일수록 주정부의 수입이 올라간다. 따라서 각 주들은 기업과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좋은 회사법을 만들려고 하게 된다. 그 결과 미국에서는 투자수익율을 가장 높여주는 회사법이 만들어져 왔다고 법경제학자들은 보고 있다. 상품시장에서 싸고 좋은 제품이 만들어지도록 하는 것은 소비자의 선택과 기업간의 경쟁이다. 법도 다를 것이 없다. 나쁜 법이 만들어졌을 때 소비자인 국민이 그 나라를 쉽게 떠날 수 있다면 나쁜 법은 만들어지기 어렵다. 글로발라이제이션은 점점 더 그런 상황을 만들어가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