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고객감동 .. 박중진 <동양종금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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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말 어느 토요일 오후 지하철을 탔을 때였다. 골똘히 생각에 몰두해 있는 데 어디에선가 뻐꾸기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지하철에 웬 새소리?"하며 다시 생각에 잠겨 있는데 잠시후 또 뻐꾸기 소리가 들렸다. 이상해서 귀를 기울였더니 곧이어 이번에 정차할 역은 환승역이라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21세기를 눈 앞에 두고있는 우리 기업들은 제품의 품질은 물론이고 한차원 높은 고객서비스를 자랑하는 외국기업과의 무한경쟁시대에 돌입했다. 뒤늦게 우리 기업들도 고객 만족을 최우선 과제로 삼기 시작했고 최근들어 고객 감동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러나 어떻게 하는 것이 고객에게 만족을 줄 수 있고 어떤 것이 고객을 감동시킬 수 있는지, 구체적인 방법으로 들어가면 다소 막연하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지하철 환승역의 뻐꾸기소리 안내방송은 참으로 나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했고 나를 감동시켰으며 노사분규로 얼룩진 지하철공사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상당히 개선시켜 주었다. 고객을 감동시키는 것은 거창한 구호나 큼직한 선물이 아니다. 고객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작고 사소한 부분에까지 세심하게 배려하는 마음씀씀이가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전달될 때 고객은 감동하는 것이다. 선진국을 여행할 때 도로 안내 표지판, 공항 내부 안내 등 그 지역에 익숙지않은 사람들을 위한 각종 안내물의 편리함에 감탄한 적이 여러번 있었다. 또 공공시설물의 불편한 부분이 조만간 고쳐지고 개선되는 것을 보았을 때 고객을 배려하는 수준의 차이를 금방 느낄 수 있었다. 이제는 단순히 상품 판매량 증가를 위한 고객 만족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건전한 발전과 구성원 모두의 복리를 위하여 사회 각 분야에서 고객으로서의 권리를 당당히 주장하고 만족과 감동을 철저하게 요구해야겠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