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1일자) 중산층에 초점맞춘 정책을

IMF로 중산층의 약화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현대경제연구원 조사보고서가 나왔다. 중산층 가구의 비중은 97년 52.3%에서 98년에는 45.8%로,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5.8%에서 34.6%로 낮아졌고 자신이 중산층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중은 53.1%에서 34.8%로 낮아졌다는 내용이다. 따지고 보면 그것은 결코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누구나 그러리라고 짐작하고 있던 현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도산기업이 속출하고 실업자가 2백만명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중산층이 대거 저소득층으로 전락하게 되는 것은 필연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명예퇴직등 고용조정이 주로 사무관리직 중간관리층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만 되새겨 보더라도 중산층이 큰 폭으로 줄었을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두터운 중산층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는 상식이다. 소수의 고소득층과 절대다수의 저소득층으로 양극화된 사회에서는 안정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은 당연하다. 폭넓은 중간층이 사회의 안전판이고 경제발전을 가능케하는 내수소비의 기반이란 점을 감안하면 IMF이후의 중간층붕괴는 정말 우려할 일이다. 그 속도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는 조사마다 다소 숫자상 차이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현대경제연구원조사로는 스스로를 저소득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중이 97년 44.5%에서 98년 64.9%로 높아져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34.8%)을 압도하고 있다. 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IMF로 급격히 악화된 계층구조가 장기화하거나어쩌면 고착화할 우려도 없지 않다는 점이다. 앞으로 경기가 회복국면에 들어가더라도 과거와 같은 고도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도 그런 우려는 설득력이 있다. 종신고용을 전제로 외형을 키우는데 초점을 맞췄던 기업경영의 패러다임이 수익성위주로 전환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따지고보면 중산층의 입지를 좁히는 요인이다. 고용조정에 따라 일자리를 잃고 사무관리직 중간연령층의 대부분이 이렇다할 전문성이 없는 제너릴리스트들이고,그렇기 때문에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이들 계층의 일자리 확보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게 옳다. 중산층을 IMF이전형태로 재구축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가 된다. IMF사태이후의 급격한 금융시장상황변화도 중산층위축을 가속화시켰다고 볼 수 있는데, 은행빚을 얻어 부동산을 취득했다가 유례없는 명목입금감액과 고금리로 저소득층으로 전락한 사람들 역시 옛자리를 되찾기는 쉽지 않을게 자명하다. 중산층 재구축은 다각적인 정책대응이 있어야 한다. 전직에서 경쟁력이 없는 사무직 중간관리층의 직업훈련, 봉급생활자 등에 대한 세부담경감,여전히 터무니없이 높은 가계대출금리인하, 사교육비대책 등이 포괄돼야 한다고 본다. 이제 환란은 수습된 단계인 만큼 중산층에 초점을 맞춘 중장기정책들이 나와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