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광속경제] '디지털 경제학파'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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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에선 지금 새로운 경제학이 꽃을 피우고 있다. 인터넷속 가상공간에서 무한한 비즈니스를 만들어 내는 "디지털 경제학"이다. 실리콘밸리 중심부 새너제이에 자리잡은 사이버 경매업체인 이베이에서 그 주역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새너제이에서 자동차로 30분 달려 도착한 팔로알토의 사이버 증권회사인 이트레이드. 고객창구없이 컴퓨터로만 주문을 처리하는 이곳에도 청바지 차림의 디지털경제학도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이들은 수요.공급의 법칙, 한계수확체감의 법칙 같은 전통 경제학의 논리를거부한다. "인터넷+아이디어=부"라는 명제만 존재할 뿐이다. 그리고 디지털 경제학을 바탕으로 21세기의 새로운 경제사를 쓰고 있다. 디지털 경제학도들은 ''산출(output)은 투입(input)에 비례한다''는 시장 논리를 파괴한다. 아마존 오토바이텔 이베이 등 전자상거래 사이버 기업들은 겨우 컴퓨터 몇대의 자산만으로 기존 상점보다 30~50% 싸게 상품을 판다. 그런데도 아마존은 지난해 6억달러어치 이상의 상품을 팔았다. 워싱턴 근교의 아메리카온라인(AOL)은 "정보"만 팔아 26억달러의 매출액을올렸다. 이들 인터넷 비즈니스 업체들은 지금 미국에서 가장 미래가치가 높은 회사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1년동안 주가가 무려 2~4배로 뛰어 오른게 이를 말해 준다. 이들이 뉴욕증시 다우지수 10,000포인트 시대를 열고 있는 미국 "신경제"의1등 공신임을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이들은 대규모 자본으로 회사를 세우지 않았다. 공장도 땅도 없었다. 유일한 자원은 아이디어였다.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정보"를 장악했고 정보에서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했다. 디지털 경제학은 기존 경영이론도 파괴한다. 물자조달 생산 유통 고객서비스에 인터넷이 활용되면서 생산방식 조직관리원가.코스트관리 등 종전 경영학 개념들이 송두리채 바뀌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청바지 제조업체인 리바이스. 이 회사는 인터넷을 통해 고객으로부터 주문을 받아 생산.판매하는 "매스 커스터머제이션(mass customersation.대량주문생산)"이란 새로운 이론을 만들었다. 이 회사의 재니 리건부사장은 "인터넷을 통해 고객으로부터 직접 사이즈와디자인 색상주문을 받아 리얼타임으로 공장에서 생산에 들어간다"고 말한다. 요즘 리바이스 청바지의 상당 물량이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지난해말 인터넷을 이용한 매스커스터머제이션 방식을 도입한 후 판매량이매주 50%씩 늘고 있다고 리건 부사장은 설명한다. 디지털 경제학은 유통의 개념도 바꾸고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1대 1로 만나 물건를 사고 판다. 중간도매상을 없앤다. 유통코스트를 "제로" 수준으로 떨어뜨린다.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시스코는 인터넷을 통해 파는 물량이 전체 판매의 80% 가까이 차지한다. GM도 인터넷을 통한 자동차 판매가 대리점 판매대수를 앞질렀다. 디지털 유통혁명은 제조업 모든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인터넷 컨설팅업체 사이언트의 크리스토퍼 록헤드 이사는 "인터넷은 이미 경비절감의 보조수단을 넘어 경제활동의 핵심 축(pivot)으로 자리잡았다"고 말한다. 80년대 경제불황의 수렁에서 미국을 구한 것은 인터넷이었다. 새로운 디지털 경제학은 우리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던져 주고 있다. "인터넷에서 멀어진 기업이나 개인은 생존 그 자체가 불가능한 시대가 오고 있다"는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