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프로] (70) 제5부 : <14> '북한전문 변호사'..신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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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5년 8월 더위가 한창이던 어느날. 신신법률사무소의 신웅식 변호사 사무실에 전화벨이 울렸다. 다급히 신 변호사를 찾는 전화였다. 북한의 R무역총상사의 고문변호사였다. 그는 다짜고짜 "동유럽의 A상사가 R사의 화물선을 홍콩에서 억류하고 있다"며 "이 문제를 신속히 해결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신 변호사는 자세한 내용을 물었다. 그러자 그는 북한의 N무역회사가 A국에 지급하지 못한 무역대금이 있는데 A상사가 홍콩에 입항한 R사 소속 배를 억류하고는 R사와 북한당국에 돈을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전화를 끊은 신 변호사는 즉시 이 분야의 전문가인 영국변호사와 공동작전을 펼쳤다. 배의 소속은 R사이나 장부상 소유자가 DPRK(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고 북한헌법에도 모든 재산은 국가소유로 명시하고 있는 만큼 북한정부가 채무를 변제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A국의 주장이었다. 자칫하면 외교문제로 비화될 소지가 있는 민감한 사항이었다. 신 변호사는 그러나 장부상 소유자는 북한정부이나 R사가 실질적으로 지배하면서 독립채산제로 독자경영을 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A상사는 신 변호사의 정연한 논리에 할말을 잃어 억류된 배를 풀어줬다. 이후 북한과 A상사는 원활한 선에서 타협했고 북한이 우려한 외교문제도 발생하지 않았다. 같은해 11월 신 변호사는 북한의 R사로부터 한장의 감사장을 받았다. 사건을 무난히 처리해준데 대한 감사의 표시였다. 북한이 "적"으로 분류한 국가의 변호사에게 사건을 의뢰한 것은 물론 감사장을 보낸 것 자체가 외교적으로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물론 이같은 사실이 언론이나 외부에는 알려지지 않았다. 북한은 이 사건을 교훈삼아 지난해 헌법개정시 단체나 기업이 선박을 소유하고 해운업을 할 수 있다는 조항을 명문화했다. 물론 이때도 신 변호사의 간접적인 도움이 뒤따랐다. 그런데 북한이 왜 하필 한국의 신 변호사를 찾았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신 변호사를 그만큼 신뢰한다는 증거다. 신 변호사가 10여년 넘게 국내기업의 대북 경협일을 해오며 쌓은 신뢰 덕분이다. 북한은 그를 중립적이며 프로패셔널한 변호사로 인정한다. 그가 맡은 대북사업중 가장 큰 프로젝트는 금강산관광개발 등 현대의 경협사업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금강산관광은 지난 89년 북한과 현대가 맺은 "의정서"로 씨를 뿌린지 10년만에 거둔 수확이라는게 신 변호사의 설명이다. 신 변호사는 지금까지 4번정도 북한을 방문했다. 일반인으로서는 드문 일이다. 91년 4월에 동북아경제투자포럼의 일원으로 북한 땅을 밟은 것이 처음이다. 일본 후쿠오카에서 전세기로 평양에 도착, 철도로 나진.선봉을 거쳐 두만강일대를 돌아봤다. 신 변호사는 이때 변호사로서 기성세대로서 후대를 위해 북한 일에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혔다. 그후 대북사업에 깊숙히 개입, 지금에 이르렀다. 이런 연유로 신 변호사는 북한전문변호사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는 건설 금융 및 M&A 전문가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최초의 M&A를 성사시키기도 했다. 76년 경남기업이 미국 캔자스시티에 있는 프리차드 엔지니어링를 6백만달러에 인수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최근에는 S사 해외법인의 9억달러상당의 부실채권매매와 2억5천만달러의 대전고속도로 BOT 프로젝드를 담당했다. 신 변호사의 활약은 80년대 중동지역 건설붐이 일때 더욱 두드러졌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에 변호사 사무실을 설치, 현대건설 동아건설 대림산업 등 중동에 진출한 국내기업들의 건설계약을 독점했다. 신신법률사무소 대표이자 중국 중재위원회 중재위원인 그는 지휘자로 불리기를 원한다. 어떤 사건이나 프로젝트를 맡으면 각 전문분야 변호사들로 아웃소싱을 하고자신은 그 지휘를 맡아 일을 처리하기 때문이다. 그만의 독특한 방식인 셈이다. 그는 "변호사의 네트워킹을 통해 에러률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규모가 클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올해 변호사로서는 처음으로 성실납세자로 정부로부터 표창을 받기도 했다. 요즘 그는 후배변호사를 위한 책 만들기를 구상중이다. 경험을 통한 구체적 사례를 제시, 법률소비자들이 변호사 업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지침서다. 비지니스 로이어로서 모든 것을 물려주고 싶은 그의 욕심이기도 하다. [ 특별취재팀 = 최필규 산업1부장(팀장)/ 김정호 채자영 강현철 노혜령 이익원 권영설 윤성민 (산업1부) 김문권 류성 이심기(사회1부) 육동인 김태철(사회2부)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