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노트] (금주의 테마경제) '장단기 금리차와 주가관계'

김일구 금융시장의 두 축을 형성하는 채권시장과 주식시장은 서로 영향을 미친다. 두 시장 모두 국내 경제환경의 변화에 영향을 받는다. 특히 투자자들도 언제든 주식에서 채권으로, 또는 채권에서 주식으로 투자처를 옮겨 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계 때문에 채권투자 수익률과 주식투자 수익률은 일반적으로 같이 움직인다. 금리가 낮아져 채권가격이 오르면 멀지않아 주가도 오르게 된다. 반대로 금리가 올라가 채권가격이 떨어지면 주가도 하락한다. 채권시장과 주식시장의 상호작용은 투자수익률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투자에 대한 위험을 느끼는데서도 두 시장은 비슷하다. 채권투자자들이 향후 경제여건에 대해 불안해하면서 투자를 꺼리는 상황에서는 주식투자자들도 투자를 꺼린다. 채권투자자들이 느끼는 위험의 정도는 장기금리와 단기금리의 차이, 즉 장단기금리차로 나타난다. 장기는 단기보다 유동성이 낮고 투자기간 중 금리상승으로 자본손실을 볼 위험도 높기 때문에 보통 단기금리보다는 장기금리가 더 높다. 만약 채권투자자들이 앞으로 자금사정이 악화되어 금리가 상승할 위험이 높다고 예상한다면,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높아도 장기투자를 꺼릴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장기투자를 하도록 유도하려면 장기금리를 더 높여야 한다. 따라서 채권투자에 대한 위험이 커지면 커질수록 장단기금리차는 확대된다. 주식투자자들이 느끼는 위험은 일차적으로 주가에 반영된다. 주식투자자들이 미래를 낙관한다면 주식을 사려고 할 것이므로 주가가 오른다. 반대로 미래를 불안하게 본다면 주식을 팔려고 할 것이다. 채권시장과 주식시장이 투자위험을 같이 느끼기 때문에 그림에서 보듯이 장단기금리차가 확대될 때 주가가 떨어지고 장단기금리차가 축소될 때 주가가 오른다. 또 각각의 고점과 저점을 비교해보면 장단기금리차가 주가에 며칠정도 선행한다. 주식시장은 개인들의 투자비중이 높은 반면 채권시장은 기관투자가들만 참가하는 시장이어서, 아무래도 위험에 관한 정보를 더 정확하게 반영하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회사채수익률은 97년 12월 31%까지 치솟은 이후 98년초부터 줄곧 하락세를보였지만, 주가는 98년 9월까지 떨어지기만 했다. 금리가 떨어지면 주가가 오른다는 일반적인 통념에 비추어 보면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장단기금리차 확대에서 볼 수 있듯이 투자에 따른 위험이높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는 것을 꺼렸다. 98년 9월에는 미국의 금리인하로 세계경제 불안이 어느 정도 진정되고 국내에서도 구조조정이 일단락되었다는 안도감이 작용하면서 장단기금리차는축소됐다. 이후 장단기금리차가 다시 확대된 99년 1월 중순까지 장단기금리차는 5%포인트에서 0.7%포인트까지 축소됐다. 이 기간중 종합주가지수는 291에서 640까지 무려 1백20%나 올랐다. 99년 1월에는 한국은행이 통화긴축 정책을 펼 것이라는 우려로 장단기금리차가 다시 확대됐고 종합주가지수도 490까지 떨어졌다. 장단기금리차는 개별 업종의 주가와도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가격등락폭이 심한 업종의 주식은 큰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주식투자자들에게는 위험이 높은 것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장단기금리차가 줄어들어 투자위험이 낮아지면 예전에는 위험이 높다고 투자하지 않던 주식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게 된다. 금융업 건설업과 도매업은 가격등락폭이 다른 업종에 비해 높은 업종들이다. 지난해 종합주가지수가 1백20% 오르는 동안 금융업은 2백31%, 건설업은 2백24%, 도매업은 1백38% 올라 종합주가지수 수익률을 크게 웃돌았다. 결국 채권시장의 위험을 나타내는 장단기금리차는 주식투자자들도 주의깊게지켜 보아야 할 지표라고 할 수 있다. 과거 경험을 보면 장단기금리차가 확대될 때 주식투자자들은 주식을 매도하거나 가격변동성이 낮은 종목을 매입하는 보수적인 투자 자세를 견지하는것이 손해를 덜 봤다. 반대로 장단기금리차가 축소될 때에는 가격변동성이 큰 종목을 중심으로 주식을 매입하는 적극적인 투자가 투자수익률을 크게 높였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