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증권사 잔치와 수수료율

여의도 증권가는 요즘 온통 잔치 분위기다. 증권사마다 사상 최대의 승진인사로 들떠 있다. 성과급으로 받은, 혹은 받게될 두툼한 봉투를 생각하면 얼굴엔 어느새 환한 웃음이 감돈다. IMF사태다, 실업이다 하는 말들은 머나 먼 남의 나라 얘기처럼 들린다. 돌이켜 보면 악몽같았던 시절도 적지 않았다. 어렵사리 장만한 집을 날리고 전세방을 전전하던 일. 일임매매 깡통정리로 고객을 피해다니던 일. 회사가 언제 문닫을지 몰라 발을 동동 구르던 일... 바로 3개월전까지만 해도 지긋지긋하게 시달렸던 일들이다. 그러나 이제는 시세판이 발갛게 물드는 것을 볼 때마다 "시간아 멈추어다오"를 나직이 되뇐다. 구사일생으로 지옥에서 벗어났는데 과거의 불행이 다시 찾아오지 못하도록 말이다. 여의도의 태평가는 말할 것도 없이 증시호황에서 비롯됐다. 작년말 외국인 매수가 폭발하면서 불붙기 시작한 주식시장은 4월 들어선 "투신장세"로 이어지고 있다. 하루 거래대금이 2조원을 넘나든다. 수수료수입만도 하루 1백억원에 육박한다. 빈사상태를 헤매던 증권사의 곳간이 살찌고 있다. 주식을 사고 팔 때 내는 0.5%의 쌈지돈이 증권사의 운명을 바꿔놓은 것이다. 수수료는 증권사의 수입에서 50% 안팎을 차지한다. 증시가 활황을 보일수록 거래가 늘어나고 증권사 수익도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수수료는 현재 법이나 규정상으로 자유화되어 있다. 증권사가 자신의 능력에 맞게 올리고 내릴 수 있다. 그런데 "자유화된 수수료"는 "업계담합"에 의해 "규제"되고 있다. "수수료가 자유화 되면 인하경쟁이 치열해져 체력이 약한 증권사는 무너지고만다"는 선단식사고방식에 따른 것이다. 대부분의 증권사가 적자에 시달리고 있던 IMF시대에는 이런 변명도 어느정도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이제는 사상최대의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게다가 외국증권사도 직접 경쟁상대자로 부상하고 있는 전방위 글로벌경영 시대다. 때맞춰 주식형 수익증권 바람도 불고 있다. 수수료 의존 경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여건이고 또 벗어나야 하는 시점이다. 저금리를 핑계대면서 고객예탁금 금리도 낮추고 있는 실정이다. 주체할 수 없는 이익은 투자자들과 함께 나누어야 기쁨이 더욱 커지고 증시발전도 기약할 수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