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정밀 저울 세계 선두 .. 미국 '오하우스'의 비결

미국 뉴저지주 모리스타운에서 플로엄파크로 가는 길 주변은 참 아름답다. 하노버 로드로 접어들면 잔디가 깔린 평원 왼쪽 키큰 나무숲 사이로 넓은 단층건물이 하나 나타난다. 그 건물앞에 조그만 팻말이 하나 세워져 있다. 오하우스(OHAUS). 여기가 바로 세계 초정밀 전자저울 시장을 좌우하는 회사가 자리잡은곳이다. 오하우스의 종업원은 3백여명. 전형적인 중소기업이다. 그럼에도 이 업체는 초정밀 저울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자리를 차지한다. 어떻게 중소기업으로서 세계시장을 석권할 수 있었을까. 이 의문을 풀기 위해 공장 곳곳을 들여다봤다. 자세히 볼수록 이 공장은 내부가 너무나 충격적이다. 세계 최첨단 저울을 만드는 공장이라면 완전 자동화된 생산라인에서 종업원들이 깨끗한 제복을 입고 질서정연하게 일하는 모습이 연상된다. 그러나 이 회사는 이런 면에서 상식을 깬다. 공장내부는 1960년대와 2005년대가 공존한다. 공장안이 두개로 나눠져 한쪽은 옛날식 기계저울을 생산하고 한쪽은 컴퓨터가 장착된 미래형 첨단저울을 만든다. 놀랍게도 이 회사는 양쪽 공장을 다 소중히 여긴다. 우리나라 중소기업 공장들은 무조건 첨단기술만 추구한다. 수십년을 영위해온 기술을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아이템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이 업체는 다르다. 50년전에 만들던 "트리플빔 밸런스"를 지금도 만든다. 제임스 오하우스(54) 사장은 "오하우스엔 절대 변하지 않는 부분과 끊임없이변하는 부분이 함께 있다"고 설명한다. 그의 할아버지인 구스타프 오하우스가 지난 1904년에 회사를 설립한 이후 95년간 저울을 만들어 오면서 고객과의 친밀성과 품질 만큼은 결코 변하지않았다는 것. 반면 기술개발과 시장변화엔 끊임없이 전환해 왔다고 한다. 50년전의 저울을 그대로 만드는건 고객이 필요로 하는 최고 품질의 기계저울을 여전히 만들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렇지만 미래를 위해선 이미 10년이상을 내다보고 미세한 먼지까지 잴수있는 전자저울을 개발해놓고 있다. 지난달 올랜도에서 열린 국제계측기박람회(PITCON)에 인터넷으로 연결,계량 컨트롤을 할 수 있는 전자저울을 내놔 업계관계자들을 놀라게 하기도했다. 중소기업으로서 이런 저력이 과연 어디에서 나올까. 그 저력은 바로 "개성을 존중하는 창조적 분위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일단 입사를 하면 학력이나 출신 등을 중요시하지 않는다. 회사를 아끼는 마음으로 스스로 일하는 사람에겐 최고의 혜택을 부여한다. 직위 급여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직장을 자주 바꾸기로 유명한 미국인들이지만 이 회사에는 15년이상 근무한종업원들이 30%에 이른다. 전자저울을 조립하는 캐롤라인 셔우드(58.여)는 첨단 컴퓨터 선반위에 화초를 키운다. 옆칸에서 기계저울의 밸런스를 조정하는 여직원은 헤드폰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일한다. 업무개선팀이 매주마다 업무환경을 체크하지만 이런 것에 대해선 간섭하지않는다. 그만큼 개성을 존중하는 자유로운 분위기가 창조성을 만들어내고 능률을 높여 준다는 것이 경영진의 생각이다. 묘하게도 이런 분위기가 오히려 도전적인 판매전략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 회사의 전자저울의 이름만 봐도 짐작이 간다. 제품이름이 익스플로러(탐험가) 내비게이터(항해자) 등이다. 개성적인 분위기를 바탕으로 첨단을 개척하는 오하우스의 중소기업 전략은우리나라 중소기업들에게 타산지석이 될만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