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산업단지 현장을 가다] "일손 부족" 봄기운 뚜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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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단지(옛 공업단지)에 봄기운이 완연하다. 소비가 늘면서 공장가동률이 높아지고 있고 수출도 상승곡선을 탔다. 한국산업단지공단(KICOX)에 따르면 지난 1.4분기 산업단지 전체 가동률은 76.9%(잠정치)로 지난해 4.4분기보다 2.9%포인트 높아졌다. 2.4분기에는 78%선까지 올라갈 것으로 산단공은 보고 있다. 고용도 6개월째 증가세다. 사상 최대의 불황을 견뎌낸데 따른 자신감의 발로일까.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경기가 더 좋아질 것으로 보는 기업이 훨씬 더 많았다. BSI(경영실사지수)를 내 본 결과 전 분기에 비해서는 124(기준치 100),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116으로 나타났다. 물론 모든 곳에서 봄을 만끽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별 주력업종에 따라 명암이 엇갈리기도 한다. 전국 주요 산업단지의 경기현황을 점검해봤다. 인천 남동.반월.시화산단 =가장 주목할만한 변화는 문닫는 회사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휴.폐업 업체가 속출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들어서는 휴.폐업 업체수가 보고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1백76개 기존 휴.폐업 업체 가운데 21개사가 가동을 재개했을 정도다. 전자 및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한국단자공업은 대기업의 주문량이 급격히 늘면서 지난해 40억원 수준이던 월매출이 올들어 65억원으로 증가했다. 차제에 올 매출목표를 50% 늘려 잡았다. 긴 겨울잠에 빠져있던 반월.시화산단도 조립금속 업종을 중심으로 활황세를 타고 있다. 공단 가동률은 71.6%를 기록, 지난해 하반기 이후 분기별로 3%씩 올라가고 있고 생산실적도 지난해 10월 대비 30% 이상 증가했다.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경원훼라이트의 경우 주문이 쇄도하면서 "이미 1년치 일감을 확보해 놓은 상태"(김상희 사장)이며, 자동차 키박스를 생산하는 신창전기는 "올들어 하루도 빠지지 않고 1백%의 공장가동률을 기록중"이다.(여갑동 이사) 그러나 자동차 조선 등 일부 업종의 경기회복에 따른 반사효과로 조립금속 기계 전자부품 등에서는 활황세를 보이고 있으나 섬유 화학 식품 목재 등 비주류업종은 여전히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전산단 =역시 활황세가 뚜렷하다. 가동률이 무려 85%선에 가깝고 풀가동업체는 헤아릴 수조차 없을 정도다. 공업용 왁스를 생산하는 라이온케미칼은 올들어 가동률이 지난해보다 20% 정도 올랐고 판매물량은 10% 이상 늘어났다. 수출주문도 증가세를 보여 생산직을 중심으로 직원도 일부 충원했다. 상반기중 10억원 가량의 신규 투자도 고려중이다. 지난해 부도로 법정관리중인 동양강철도 알루미늄 섀시파트는 24시간 풀가동되고 있고 가구파트는 잔업을 해야 물량을 댈 정도다. 청주산단은 LG반도체가 현대전자와의 인수갈등으로 가동에 차질을 빚으면서 전체적으로는 위축된 분위기. 생산액 30%, 수출액 60%에 이를 정도로 청주공단에서 차지하는 LG반도체의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입주업체들은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다. 청주공단관리공단 허창원 관리계장은 "현재 올 1.4분기 경기조사를 하고 있는데 올들어 문닫은 업체가 한 곳도 없다"고 전했다. 조광피혁의 김종철 관리부장은 "수출쪽에서 특히 활황세를 보이고 있다"며 "올들어 가동률이 10% 이상 올라 일용직을 늘리고 잔업에 특근까지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역시 풀가동중인 동일방직의 경우 창고에 재고를 쌓아둘 틈이 없을 정도라고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부산 =부산의 주력공단인 신평장림공단도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1백29개 입주업체의 지난해 4.4분기 매출액은 2천5백40억원. 1.4분기의 1천7백60억원보다 44.3%, 전년 동기의 2천4백10억원보다 5.4% 증가했다. 신평장림공단관리사무소 하용택 전무는 "지난해 3.4분기부터 입주업체들의 매출이 서서히 늘고 있다"며 "금리가 낮아지고 기업의 의욕이 살아나고 있는 만큼 연말께는 IMF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창원산단 =쌍용중공업 삼성항공 기아중공업 등 대기업들의 매출이 11억~1백81억원으로 크게 늘고 있고 이에 따라 조립금속 산업기계 자동차부품항공기산업 등 협력업체들도 전반적으로 호전되고 있다. 지난 2월 공장가동률이 75.2%, 생산 1조2천7백억원, 수출 3억4천만달러로 전달보다 10% 이상 뛰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조진호 팀장은 "신규업체가 올들어 20개사나 입주하면서 임대용지가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울산 =울산의 분위기는 조금 다르다. S사의 경우 IMF 이후 떨어졌던 생산과 수출이 지난해 9월부터 한때 회복세를보였으나 올들어 또 다시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산단 입주업체들의 총생산은 지난해 9월 2조9천9백억원에서 10월 3조1천6백억원으로 올랐다가 지난 1월 2조8천2백억원, 2월 2조4천9백억원으로 하락세로돌아섰다. 수출도 지난해 12월 18억8천만달러까지 올랐다가 지난 1월 12억달러, 2월 8억8천만달러로 곤두박질쳤다. 울산산단 관계자는 "최근 수출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데다 수출물량마저줄어들어 다시 어려워지고 있다"며 "수출전략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비철금속과 석유화학계통 업체가 많은 온산공단도 마찬가지다. K사 김부장은 "정부나 연구기관의 발표와는 달리 아직까지 현장에선 뚜렷한 경기회복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일부지역에서의 경기 회복 현상이 거품은 아닌지 면밀한 점검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 =광주지역 공단들은 올 1.4분기를 기점으로 뚜렷한 회복세를 찾아가고 있다. 특히 지역경제 회복에 최대의 변수였던 아시아자동차 대우전자 등 대기업 빅딜이 가닥을 잡아가면서 협력업체들의 공장가동률이 예전 수준을 찾아가고 있는중이다. 하남산단의 경우 요즘 대다수 업체들이 일손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광주시와 하남산단 관리공단에서는 공공근로사업으로 3백50명을 지원하고 있으나 수요를 맞추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비디오헤드드럼을 생산하고 있는 (주)세협테크닉스의 경우 대중국 수출과 삼성전자 납품기한을 맞추기 위해 연장근무는 물론 휴일에까지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다. 또 경방 금동조명 화천기공 한국알프스 LG정밀 등 주요 수출업체들도 엔화강세와 미국 시장의 호황 등 대외적인 여건에 힘입어 공장가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공장가동률도 올 1.4분기에는 최소한 75%대 진입이 무난할 것으로 관리공단측은 예상하고 있다. 올들어 부도업체가 전무한 데다 쓰러졌던 업체 중 벌써 10개사가 다시 공장가동에 들어간 것 등이 주요 산출근거다. 지금은 65개 휴업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정상가동에 들어갔으며 관리공단에 입주문의를 해오는 업체들도 상당수에 이른다. 광주상의 관계자는 "생산량수준 설비가동률 내수 설비투자 고용 등 거의 대부분 지수가 상승추세"라며 "춘투와 섬유 의복 전기.전자업종의 경기악화 등 변수는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밝은 편"이라고 말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