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윤재의 돈과 법률] (173) '이름만 바꾼 부도업체'

요즘 경기악화로 인해 부도가 나는 기업이 많습니다. 얼마나 경기가 안좋으면 초등학교 아이들중에 사업을 하던 부모가 하던사업이 부도가 나 그 여파로 학교를 오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합니다. 사업을 하다가 자금이 모자라서 불가피하게 부도를 내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개중에는 자기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일부러 부도를 내고,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들도 간혹 있는 모양입니다. 경기도 군포에 사는 정씨는 꽤 큰 기업에 납품을 해오던 중소기업과 거래를 해왔는데, 이 중소기업이 몇달전에 부도가 났습니다. 정씨는 거래하던 중소기업이 부도가 났다는 얘기를 듣고는 부도난 이유를 알아봤지만 이유를 알아 낼 수는 없었습니다. 결국 정씨는 거래하던 중소기업체로부터 받은 어음이 휴지조각만 돼버리고말아버려서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합니다. 최근 정씨는 부도가 난 중소기업과 거래를 했던 다른 사람으로부터 그 중소기업의 사장이 회사 이름과 사업주 명의만 바꾸고는 그 장소에서 그대로 똑같은 영업을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됐습니다. 정씨 생각으로는 분명히 부도난 중소기업을 하던 사람이 부도로 인한 책임을면하기 위해서 회사 이름만 바꾸고 그대로 영업을 하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런 경우에 부도난 어음금을 받아 낼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물어오셨습니다. 간혹 부도난 사람을 보면 일부러 부도를 내고 자기는 새롭게 사업을 시작하는 방법으로 교묘하게 빚을 갚지 않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정씨가 당한 경우도 그런 경우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경우에 가장 중요한 것은 과연 지금 새롭게 사업을 하고 있는 업체가 부도가 난 중소기업을 그대로 인수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의 여부입니다. 만일 부도가 난 중소기업과 새롭게 영업을 하고 있는 회사가 같은 사람의 소유이고 동일한 업종을 영위하고 있다면 이런 경우에는 두 개의 회사가 사실상 같은 회사로 볼 수도 있습니다. 정씨의 입장에서는 두회사가 실제로는 하나의 회사라는 증거만 있으면 새회사를 상대로 어음금을 달라고 요청할 수 있습니다. 우선은 새롭게 사업을 하고 있는 회사가 누구 회사인지 잘 알아보는게 급선무이겠습니다. 또 우리 법원의 판례중에는 다른 사람이 하던 사업을 그대로 인수해서 그 장소에서 아무런 변화없이 영업을 하고 있다면 새롭게 영업을 인수한 사람이 과거 그 사업과정에서 생긴 빚까지도 인수했다고 볼 수 있다는 판결도 있습니다. 정씨로서는 이 방법을 이용해서 빚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정씨의 경우에 가장 중요한 건, 부도난 중소기업과 새롭게 사업을 하고 있는 회사와의 관계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 먼저 자세하게 알아보는 것이좋겠습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