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4일자) 건전성기준 강화는 좋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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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당국은 지난해의 금융구조조정이 하드웨어 개선에 집중된데 비해 올해는 소프트웨어 개선에 주력하겠다고 다짐해왔다. 그제 금융연구원 주최로열린 공청회에서 논의된 "자산건전성 분류기준 및 대손충당금 제도 개편방안"은 바로 그 소프트웨어 개선에 해당하는 사안으로서 이같은 개선노력이 우리경제의 대외신인도 향상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금융계 안팎의 관심이 쏠린 것은 당연한 일이다. 현재의 자산건전성 분류는 국제기준에 비추어 보면 미흡한 구석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거래처의 미래 채무상환능력은 무시한채 과거 실적만 주목하는 일반여신의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5단계 분류기준이 그렇고, 평가방식이나 여신성격이 다른 기업여신과 가계대출을 일반여신으로 묶어 놓은 것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앞으로는 현금흐름을 중시하고 신용위험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개편방향은 타당하다. 하지만 새로운 분류기준을 구체화하는 일에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감독당국은 대체적인 가이드라인만 제시하고 세부사항은 개별 금융기관들이자율적으로 결정한다는 개편방향은 그럴듯 하지만 은행들이 가이드라인을 서로 자신의 이익에만 유리하게 해석하고 적용할 경우 상당한 혼란이 있을 수 있다. 게다가 기업여신의 경우 같은 거래처라도 각각 개별여신의 신용등급을 따로 평가한다면 자의적인 판단가능성은 더욱 커질 우려가 있다. 또한가지 걱정은 새 기준에 따라 건전성을 평가하자면 관련 데이터축적 및 정보네트워크 구축, 그리고 전문지식과 경험을 쌓은 인력이 필수적인데 이같은 금융하부구조 확충에는 상당한 시일과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금융기관들은 아쉬운대로 신용정보회사 신용평가회사 등과의 효율적인 공조를 강화하고 금융기관 임직원들은 어려운 현실에서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끝으로 국제기준에 맞춰 건전성 기준을 강화하는 것은 좋지만 무리하게 서두를 경우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하겠다. 예를 들어 만일 은행이 강화된 건전성 기준을 지키려고 돈줄을 조일 경우 기업들이 자금난에 시달리게 되는 등 불똥이 엉뚱한 쪽으로 튈 수 있다. 더구나 지금처럼 시장위험이 개별기업의 신용위험을 압도하는 금융환경에서는 개편시안에서 강조하는 미래 채무상환능력을 판별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즉 지난해처럼 연초에 연 20~30%에 달하던 시중금리가 지난해 4분기 이후 한자릿수로 떨어지는 등 단기간에 금리가 급변하면 개별기업의 신용도는 금리라는 외부요인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부채비율이 높아 금리수준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건설업이나 무역업에 대한 여신의 건전성 평가는 업종특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