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교사명퇴

초.중등교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요즘 학교에서는 "교육공동화현상"이 오고 있다고 걱정한다. 올 8월말 명예퇴직희망자 신청을 받기 시작하면서 교실이 겉돌고 학교가 겉돌고 있다는 이야기다. 심지어 교사의 절반이 무더기로 명퇴신청을 한 학교도 있다는 것을 보면 심각한 상황은 짐작되고 남는다. 무엇이 교사들을 이렇게 뒤흔들어 놓는 것일까. "선생들이 강도나 깡패가 돼 버린 98년. 봉급을 깎이고 명퇴마저 도둑질당했던 98년. 그러면서도 직업인기도 1위를 차지했던 "빛나는 선생님들의 해"98년. 모두들 떠나고 싶었다. 선생인 것이 부끄러웠다. 그래서 떠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다시 떠나려 하는 것이다" 최근 PC통신에 실린 한 교사의 자조섞인 글을 보면 교사들의 명퇴신청 이유가 교육부의 주장처럼 잘못 알려진 연금제도 개선안 때문만은 아닌것 같다. 많은 교사들은 개혁의 동반자로서가 아니라 개혁의 대상으로만 소홀히 취급해 온 복합적 요인을 그 원인으로 꼽는다. 교육부가 일반 국민의 요구에만 부응하려다가 교육의 핵심 주체인 교사의 사기를 완전히 땅에 떨어뜨리고 말았다는 것이 교사들의 비판이다. 개혁을 내세워 극소수 교사의 비행이 밝혀지면 그것으로 40만 교사를 몰아붙였다. 대폭 줄이겠다던 잡무는 오히려 3~4배가 늘었다. 게대가 연금제도 개선안의 공공연히 나돌자 더이상 교직에 남아 불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생각이 명퇴를 결심하게 했다. 교사들의 이야기에서는 그들이 더이상 "존경받는 스승" "신뢰받는 선도자"의긍지를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게 한다. 올 8월말 명퇴신청자만 1만2천여명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렇게되면 교원충원에도 차질이 생겨 2학기부터는 심각한 교사부족 현상이 빚어지게 된다. 교육부는 현실적으로 명퇴신청을 모두 수용할수 없는 형편이어서 심사를 통해 명퇴자를 결정할 계획이라지만 이미 교사직에 대한 보람과 가치, 의미를잃어버린 교사들이 다시 전처럼 정열을 쏟을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뒤늦게나마 교사사기앙양방안을 마련해 "스승의 날"에 발표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효력이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