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1일자) 주목되는 최근 유가동향
입력
수정
국제원유값 동향이 심상치 않다. 국제 원유값의 바로미터인 서부텍사스중질유(WTI)값이 지난 주말 13개월만에 최고치인 배럴당 17.46달러를 기록한데 이어 18일에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릴와누 루크만 사무총장이 목표유가를 배럴당 15~20달러로 잡고 있다고 밝혀 유가강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부존자원이 적고 무역의존도가 높은데다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우리경제로서는 몹시 신경쓰이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국제원유값은 엔화환율 국제금리와 함께 단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외생변수중의 하나다.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가 4백억달러에 이른 것도 금수출 등 국민들의 위기극복 노력 및 수출증대외에 국제원유값이 폭락한 덕을 적지 않게 본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관계당국은 국제원유값 동향을 예의 주시하는 한편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지난해 한때 배럴당 9달러선까지 폭락했던 원유가가 이렇게 가파른 반등세를 보이고 있는 까닭은 산유국들이 원유생산을 크게 줄였기 때문이다. 지난 3월23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OPEC 석유장관회의가 감산 합의한 2백10만배럴은 공급과잉규모 1백50만배럴을 상쇄시키고도 남을 정도다.따라서 장래 유가 전망도 단기적으로는 산유국들이 감산 합의를 얼마나 성실하게 지키느냐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3월중 OPEC의 산유량이 하루평균 21만배럴씩 줄었지만 아직 감산합의한 물량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중동경제조사지의 보도는 주목할만 하다. 그 이유는 지난해 유가폭락 때문에 산유국의 재정적자가 커서 합의이행이 쉽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제원유값을 자극할 또 한가지 변수는 코소보사태의 전개방향이다. 만일 나토가 지상군을 투입하는 등 확전으로 치달을 경우 국제원유값은 또한번 강한 상승세를 보일 것이 뻔하다. 유가인상은 우리경제에 경상수지적자 물가상승 및 경기침체 등을 불러올 것이 분명하다. 주력 수입유종인 두바이산 원유값이 배럴당 평균 15.8달러로 오를 경우 경상수지가 15억달러 악화되고 소비자물가가 약 0.47% 오르며 수출감소 투자위축 등으로 경제성장률이 약 0.16% 낮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산업연관표를 이용한 한국은행의 산업별 분석에 따르면 특히 중화학공업,전기.가스.수도사업, 운수.창고업 등이 강한 원가상승 압력을 받는 것으로 분석됐다. 원유가 상승에 대비해 공급측면에서는 원유선물시장을 적극 활용하고 수요측면에서는 에너지절약 및 이용효율 향상을 위해 힘써야 하겠다. 최근 경기가다소 회복되면서 휘발유 등 석유소비량이 이미 IMF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는 점을 되새기면 더욱 그러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