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저널] 캉드쉬의 '위기 3장'

미셸 캉드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오래간만에 기자들을 불렀다. 20일부터 28일까지 워싱턴에서 열리는 IMF 연차총회에 대한 배경설명을 하기 위한 자리였다. 그는 지구촌 전체가 위기(Crisis) 라는 제목의 연극을 무대에 올려놓고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1장은 아시아 위기 제2장은 러시아와 브라질의 위기 였다고 설명한 그는 이제 무대는 위기의 3장 에 들어섰다고 선언했다. 그는 3장에서 전개될 위기의 성격을 규명하기 위한 것이 이번 춘계 총회의 주제라면 주제라고 설명했다. 그 성격규명은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자신은 안도감과 자기만족의 위기(Crisis of Complacence) 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타일랜드 말레이시아 등의 경제가 안정되어 가고는 있으나 이제는 어느 정도 됐다 는 도취에 빠져 이들이 개혁에서 손을 놓고 방심하는 것 자체에 가장 큰 위기의 실체가 도사리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특히 한국이 재벌개혁 금융개혁 등을 추진함으로써 해외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성공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것으로 끝났다고 생각하는 분위기 만연은 큰 걱정거리 라고 말했다. 그의 지적대로 해외투자자들은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고 있다. 과열을 빚고 있는 주식시장이 이를 말해준다. 그러나 한국을 잘 아는 많은 외국인들은 그 회귀하는 무리와 함께 묶여 있는 이른바 "양떼현상(herd)"의 파괴력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고 경고한다. 캉드시 총재를 수행했던 한 IMF관리는 한국이 일단 손님을 다시 불러오는데까지는 성공했지만 그 후속타가 제대로 이어지지 않으면 또 다른 양떼의 탈출현상을 겪어야 할 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그는 특히 일부 한국기업들이 숫자놀음으로 눈 가리고 아웅하려는태도는 외국인들의 신뢰를 추락시킬 수 있는 위험천만한 게임이라고 말했다. 일부 한국기업들이 흔히 이용하는 변칙회계사례를 그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한국 기업들은 많은 자회사를 가지고 있다. 그 중에는 해외에 설립된 자회사들도 많다. 해외에서 별로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한국 내 투자자들은 그 실상을 잘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를 틈타 모기업은 스스로가 보유하고 있는 해외자회사에 대한 출자분을 산하의 국내자회사에 현물로 출자한다. 이때 현물출자주식의 가격을 실제 시장가격보다 높게 책정한다. 모기업으로서는 액면가격보다 높게 받고 파는 셈이니까 장부상 특별이익이 발생한다. 현물출자를 받은 기업입장에서는 명목상 자본금이 늘어났고 따라서 부채비율도 줄어든다. 실질적으로 이 기업에게는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숫자놀음 한번으로 모기업 회계장부상에는 특별이익이, 그리고 현물출자를 받은 기업의입장에서는 부채비율이 줄어들었다. 꿩 먹고 알 먹었다고 생각할 지 모른다. 그러나 웬만한 회계지식만 있으면 누구나 다 읽을 수 있는 편법일 뿐이다. 한국의 장래를 위해 이 같은 귀 막고 종 훔치는 일(엄이도령)은 그만 두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는 게 이 관리의 조언이다. 캉드시 총재가 말하는 위기3장 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위기3장을 위협하는 또다른 요인으로 캉드시 총재는 미국의 주식시장이 안고 있는 리스크(risk)를 꼽았다. 미국 주식시장이 너무 과열된 것 같다는 것이 그의 판단인 듯했다. 주가수익비율(PER)가 무한대에 이르는 일부 인터넷관련 주식을 의식한 발언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미국의 임금이 오르고 있고 이에 따른 인플레와 금리인상압력은 시장을 급격히 추락시킬 수 있는 변수라는 뜻인지 모른다. 캉드시는 아시아경제를 침체에서 끌어낼 견인차역할을 해야할 일본경제가 올해에도 마이너스성장에 머물 수 있고 또 내년에 가서야 겨우 침체에서 빠져 나올 수 있으리라는 비관론 또한 위기3장 을 불안하게 만드는 부정적 요인(downside risk)이라고 덧붙였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