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산책] '덤 의식과 적당주의'

장홍열 우리에게는 예부터 각종 상거래를 할 때에 이른바 "덤"이라는 관습이 있다. 이 덤이라는 것은 소비자들의 "공짜심리"를 이용한 상술이라고 할 수 있다. 소금을 거래할 때에는 맛덤, 눌러덤, 고봉덤, 진짜덤 등으로 불리는 덤이 있었다. 새우젓 장수는 좋은 젓갈만을 담는 본통 외에도 덤으로 주기 위하여 질이 조금 떨어지는 젓갈을 담는 덤통을 들고 다녔다. 소금에 절인 고등어를 머리에 이고 다니는 생선장수도 작은 고등어를 덤으로끼워 주는데 덤이 한마리인 경우에는 외동덤, 두마리일 때에는 남매덤,크기가같을 때에는 서방덤이라고 하였다. 이처럼 공짜를 좋아하는 심리는 에누리, 떨이, 바겐세일 등과 같은 변칙적인상행위를 만들어 내었고 상인이 아무리 손해를 보고 팔아도 부르는 값에서 깎아주지 않으면 기분이 상한다. 제값을 주고 물건을 사거나 정찰제 상품을 사게 되면 왠지 손해를 본 것 같다. 이러한 덤에 관한 습성은 적당주의와도 일맥상동한다. 눈에 안띄는 한도내에서는 주어진 일을 적당히 해치우고 만다. 남의 잘못된 것도 적당히 눈감아준다. 주위에 해를 끼치는 사람이 있어도 나에게 직접 관계가 없으면 적당히 그냥 지나친다. 이런 덤의식과 적당주의는 골프에서도 많이 나타난다. 멀리건, 첫홀 올파.올보기, 퍼팅의 넉넉한 기브행위 등은 점수를 덤으로 깎아주기도 하고 미스샷을 해도 적당히 넘어가는 것이다. 일이 마무리되지 않았는 데도 적당히 덮어 버리고 마는 부실 건축공사와 마찬가지다. 룰을 중요시 하는 외국인들은 이러한 관례를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자기가 친 타수대로 적고 나서 그 점수가 90이면 어떻고 100이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골프는 좋은 동반자와 함께 자연 속에서 덕담을 나누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운동이다. 점수에 연연해 할 필요가 없다. 골프장에서의 덤의식이나 적당주의가 주위의 부조리를 그냥 보아 넘기고 사회기강을 해이하게 마나드는 분위기로 연결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