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프로] (79) 제5부 : <23> '누가 뛰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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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변호사의 사회적 윤리가 유난히 강조되는 사회다. 턱없이 부족한 변호사 숫자와 수임시장의 왜곡현상 때문이다. 돈없는 서민들이 억울한 일을 당하더라도 높은 변호사문턱에 번번히 좌절하기 일쑤다. 소비자 소송을 맡고 있는 변호사들은 시장의 횡포로 피해를 입은 힘없는 소비자를 대신해 그들의 권리를 되찾아주는 역할를 하고 있다. 이종걸변호사(43)는 소비자보호원 소송지원변호인단 창립멤버로 활동하면서 소비자를 위한 법률구조활동을 시작했다. 소송절차의 번거로움과 비용부담으로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의뢰인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필수비용인 인지대와 송달료만 부담토록하고 변호사협회에서 정한 수임료만 받도록 했다. 이변호사는 부적절한 의료행위에 항의하다 진료정지처분을 받은 의사를 대리해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전세금 인상, 보증금 미환불, 주택의 하자발생 등 주택임대차를 둘러싼 법률 문제를 무료상담하기도 했다. 이변호사는 인권변호사로도 잘 알려져있다. 94년 서울대 우조교 성희롱사건을 맡아 승소로 이끌고 인권사랑방이 매년 선정하는 인권옹호자로 뽑히기도 했다. 박충근 변호사(53)는 지난 86년 김동환변호사와 소비자보호법 제정에 참가하면서 소비자운동에 참가하게 됐다. 소비자를 위한 시민의 모임에도 참여, 법률자문을 맡고 있고 소보원의 변호인단으로 활동하고 있다. 박변호사는 지난 96년 경남 고령에서 발생한 딸기냉해사건을 맡고 있다. 갑작스러운 정전사고로 비닐하우스에서 재배중이던 딸기가 대량으로 냉해를 입은 피해농민들이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낸 것. 이 사건은 농민들이 소비자 보호원에서 53억원의 피해구제신청을 내 26억원이 받아들여졌으나 한전측의 수락거부로 소송으로 비화됐다. 26억원은 소보원분쟁조정사건중 최다액수. 그는 또 일산신도시 아파트의 부실건축에 따른 손해배상소송도 맡고 있다. 박상훈 변호사(41)는 개인적인 관심으로 소비자운동을 시작한 케이스. YMCA시민중계실에서 10년 넘게 법률상담을 해오고 있다. 지난 88년 법무관제대 이후 변호사 개업과 함께 시작한 일이다. 그는 IMF관리체제이후 주택자금을 대출해준 할부금융사의 일방적인 대출금리인상과 관련, 소보원에 접수된 1백여건의 분쟁처리를 맡아 대표소송을 진행중이다. 94년 국내 종묘업체가 판매한 불량씨앗으로 피해를 입은 농민들을 대리한 소송을 3년째 진행하고 있다. 한국전력의 송전탑 불량사고로 인한 화훼단지 농가의 피해를 대리한 소송도 맡고 있다. 박변호사는 "입증책임의 완화라는 측면에서는 제조물책임법과 피해구제 절차의 간소화라는 측면에서 집단소송제의 도입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