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3일자) 빅딜 이후의 대기업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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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와 LG가 어제 반도체 빅딜에 대한 가격협상에서 의견접근을 봄에 따라 5대그룹의 사업구조조정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느낌이다. 대우의 삼성자동차 인수문제가 아직 진행중이기는 하지만 구조조정 대상업종 대부분이 기업 당사자간에 합의가 이루어졌고 법인통합이나 사업교환을 위한 막바지 조율작업만 남겨 놓은 정도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일은 지금부터라고 본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부와 기업, 그리고 노조 사이에 깊어진 갈등과 불신의 골을 메우고 경제회복을 앞당기기 위한 분위기 쇄신을 서둘러야 하기 때문이다. 경기가 다소 회복되는 기미를 보이자 대기업들이 구조조정을 미루고 개혁에 저항하는 것이 아니냐는 인식이 정부쪽에서 불거졌던 것도 사실이고, 그런 인식에 바탕을 둔듯한 최근들어 취해진 일련의 대기업정책에대해 재계의 불만과 우려가 없지 않았던 것도 또한 사실이다. 정부가 잇따른 항공사고 책임을 물어 대한항공에 경영체제를 바꾸도록 요구한데 대해서도 재계는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 같다. 기업활동이 사회와 국가에 끼친 악영향에 대해 기업이 사회구성원의 하나로서 응분의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오너경영체제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져야 하느냐는 점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으며, 이런 점에서 재계의 의구심에도 그 나름대로 설득력이 없지 않다. 이유야 어떻든 생산활동의 주체인 기업에 대한 불신과 반감이 큰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처럼 경제사정이 어려운 시기에는 더욱 그렇다. 어쨌든 대우그룹이 획기적인 구조조정계획을 발표한데 이어 현대와 LG그룹이 반도체 빅딜에 합의하는 등 기업 입장에서 해야할 일을 다하겠다는 자세를분명히 한만큼 그동안의 정.재계간 오해와 불신이 없어져야 할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본다. 구조조정은 우리경제가 반드시 딛고 넘어야할 과제고 구조조정계획을 실행에 옮기자면 자산 또는 기업매각 및 외자유치가 필수적인데 여기는 출자전환 세제지원 등 정부측의 적절한 지원조치가 따라줘야 할 것이다. 노조도 치열한 구조조정과정에서 예외가 될 수 없기 때문에 구조조정에반대하는 일체의 파업을 즉각 중단하고 노사정 합의정신에 따라 기업을 살리는데 적극 협조해야 한다. 정부도 이미 밝힌 방침대로 우리경제의 대외신인도를 떨어뜨리고 경제회복 노력을 가로막는 불법적인 파업에 결코 굴복해서는 안될 것이다. 올봄은 잇따른 파업및 여야갈등으로 온통 뒤숭숭하다. 사회볼안을 잠재우고경제회복을 앞당기자면 오는 26일 김대중 대통령이 주재하는 청와대 정.재계 간담회에서 이 모든 사항에 대해 정부입장을 다시 한번 명확히 해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