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은'..25일 뉴욕 카네기홀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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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인간이 어떤 존재인가를 표현하는 방법이라 생각해요. 바흐는 인간정신의 위대함과 가능성을 짚었고 베토벤은 그것이 결국 승리할 거란 확신으로 곡을 썼죠. 이런 마음으로 연주에 나서면 어떤 곡도 소화할 수 있다고 봐요" 음악애호가의 기억속엔 아직 앳된 소녀로 남아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은(26). 지난 87년 14세의 나이로 서울무대에 오른 뒤 태평양을 건너간 그가 오는 25일(현지시간) 뉴욕 카네기홀에 데뷔한다. 카네기홀 공연은 모든 음악인들이 꿈꾸는 일. 그래서일까. 이제 음악의 본질을 얘기할 정도로 부쩍 성숙한 모습이다. 그는 "지난해 미국 영아티스트 인터내셔날 콩쿠르에서 우승해 카네기홀 공연의 기회를 잡았다"며 "정식으로 뉴욕무대에 데뷔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겸손해 한다. 연주곡목은 베토벤 소나타 다단조, 쇼숑의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시곡", 파야의 "허무한 인생"중 스페인무곡 등. "다양한 인류의 문화와 역사를 바이올린으로 표현해보고 싶은 평소 생각을 반영한 것"이란 설명이다. 임지은은 줄리어드음대에서 한국인 강효 교수에게 사사했다. 지금은 클리블랜드음악원의 도널드 웨일러스타인 교수에게 지도받고 있다. 이 음악원 예비학교의 교수로도 일하고 있다. 수상경력도 화려하다. 줄리어드음대 콩쿠르, 캐나다 키와니스콩쿠르, 요크지역 음악콩쿠르 등에서 우승경력을 자랑한다. "슬럼프가 없었던 건 아니예요. 하지만 왜 내가 음악을 하는가를 생각하면 걱정과 초조함이 많이 덜어졌어요" "신동"이란 소리를 들으며 스타덤에 오른 음악가들과는 달리 내면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그의 꿈은 뉴욕무대에 머물지 않는다. "유럽진출을 본격적으로 계획중입니다. 독주와 교수활동 뿐 아니라 실내악 연주도 해보고 싶습니다. 훌륭한 음악을 만드는 일이라면 뭐든 하고픈 마음입니다" 포켓당구와 영화보기가 취미라며 "까르르" 웃는 그의 모습에서 한국음악의 밝은 미래를 보는 듯 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