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노트] (확률이야기) '기준 바꿔치기'

김진호 퍼센트는 초등학교 때 배운 간단한 개념으로 일상 생활에서 가장 많이 마주하게 되는 용어 중 하나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처럼 친숙한 퍼센트에 자주 혼동이 된다. 그 이유는 아마 퍼센트 기호(%)가 주는 인상, 즉 수학적 과학적이라는 생각이 퍼센트를 그대로 받아들이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더욱이 퍼센트는 이미 계산을 다 해서 주는 것이므로 그냥 받아들이면 된다는 것을 은연중에 강요하기 때문에 퍼센트로 인한 왜곡이나 속임수가 잘 통하게 된다. 퍼센트는 기준량을 1백으로 보았을 때, 비교하는 양을 나타낸 수를 말한다. 따라서 퍼센트는 두 개 혹은 그 이상의 숫자의 상대적 크기를 비교하는데 유용하다. 어떤 상품의 가격이 1백원에서 1백50원으로 올랐다고 할 때 인상률은 얼마일까. 인상률을 계산할 때는 원래 가격인 1백원을 기준으로 퍼센트를 계산해야 한다. 원래 가격보다 몇 퍼센트 올랐는가가 관심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경우에 인상률은 50/100=50%다. 그러나 확률에 대한 무지를 이용해 눈가림으로 인상률을 낮추는 경우도 있다. 실제의 예를 들어보자. 1991년 9월 1일부터 고속도로 통행료가 대폭 인상됐다. 서울에서 광주까지 가는 경우 6천3백원에서 8천4백원으로 올랐는데 인상률은2,100/6,300=33%였다. 그러나 뉴스에서 발표된 인상률은 25%였다. 기준을 바꿔치기 해서, 즉 인상 금액 2천1백원을 원래 가격인 6천3백원 대신에 오른 가격인 8천4백원으로 나누어 계산한 것이다. 통행료의 대폭 인상에 따른 여론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기준을 바꿔치기해서인상률을 낮게 발표한 사례다. 사람들은 기준을 따져 가며 실제로 계산하기보다는 계산된 것을 받아들이는 점을 악용하면 이첨럼 인상률을 낮게 보이려는 목적을 쉽게 달성할 수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