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어버이날
입력
수정
조선 태종때 이조참판을 지낸 최치운(1390~1440)은 "자모석"에서 부모를 그리는 마음을 이렇게 적었다. 생각하면 내가 어릴 때는/ 가난해 먹고 살기 날마다 쫓기었네/ 나를 입히려고 부모는 추워했고/ 나를 먹이려고 부모는 굶주렸네/ 조석으로 나를 시켜 부지런히 공부하여/ 용렬한 아이 되지 말라 항상 타이르셨네 나는 지금 일개의 명사가 됐으나/ 양친은 이미 떠나 갑자기 거친 무덤/박봉으로 도리어 처자를 배 불리네/ 몇번이나 저를 들고 비린 것을 먹다/한점 입에 닿기 전에 두 줄기 눈물 줄줄/ 눈물 걷고 술잔으로 제사를 지내지만 술잔은 용음앞에 가지 못하네. 이세상 모든 업적과 빛나는 이름 뒤엔 누군가의 눈물겨운 헌신과 간절한 기도가 있거니와 부모의 그것을 대신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마리 퀴리가 노벨상을 수상한 것은 시아버지 외젠 퀴리가 두딸의 양육을 맡아준 결과였다. 연전에 김정현의 소설 "아버지"가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거니와 지난해 21세기를 무대로 한 할리우드 대작 "아마겟돈"에서 주인공 브루스 윌리스가 딸을 위해 사윗감대신 죽는 아버지를 보면 부모 사랑은 언제 어디서나 다를 바 없다. "오체불만족"의 오토다케 히로다타나 네손가락 연주자 이희아의 건강한 모습또한 자식의 장애를 장애로 여기지 않은 씩씩하고 훌륭한 어머니가 있어 가능하다. 부모의 이같은 사랑과 달리 요즘 기혼남녀가 생각하는 효도란 그저 "근심 안끼치고 전화 자주하고 용돈 많이 드리는 것"이라 한다. 많은 부모가 자식과 따로 사는데 대해 "편해서"라고 말하지만 실제론 "눈치보기 싫어서"라는 게 통설이다. 조사에 따르면 분가한 경우 월1회 방문이 30%지만 1년에 3~4회밖에 안들르는자식도 적지 않다. 어버이날을 맞아 선물이나 용돈을 드리는 일도 소홀히 할수 없다. 그러나 평소 외롭고 허망하다는 느낌에 시달리지 않도록 신경쓰는게 훨씬 중요하다 싶다. 품안의 자식만 자식이라고 여기지 않게 자주 찾아뵙고 마음의 상처를 입히지않는 일이야말로 효도의 첫걸음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