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DNA 목걸이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영국의 키플링이 어떤 미국인으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1달러를 동봉하니 샘플을 하나 보내달라"는 내용이었다. 당시 키플링의 인기는 하늘까지 치솟아 소설의 단어 하나가 1달러에 해당한다는 소문이 자자했던 때였다. 그 돈을 받은 그는 "생크스(thanks)"라는 한마디를 적어 보냈다. 얼마후 그 미국인은 "생크스"가 1달러에 팔렸으므로 우표값 55센트를 뺀 45달러를 보낸다는 사연과 함께 45센트를 우송해왔다. 그 미국인이 그뒤에 키플링과 어떤 관계를 맺어 얼마나 많은 돈을 벌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미국인들의 유명인을 이용한 기발하고 적극적인 상술을보여주는 고전적 일화다. 어느시대에도 스타는 있었지만 현대인처럼 스타를 동경하고 쫓는 시대는 별로 없었다. 문화인류학자들은 그 이유를 대중들이 "나는 있으나마나한 존재"라고 믿는 "실명"의 시대 이기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대분분의 사람들이 호적이나 주민등록표에 이름이 적혀 있을뿐 무명의 대중이 되도록 현재의 상황이 우리를 욱죄고 있는 탓으로 대중 스타에게 기댈수 밖에 없다는 말이다. 특히 생활수준 향상, 외국문물의 개방, 가족구조의 변화, 개인중심주의,등 새 환경을 경험하고 있는 우리 청소년들의 대중문화 심취 경향이나 가수 배우 운동선수 등 인기스타와 자신을 동일시하려는 행동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하늘의 별이 멀듯 스타들 또한 대중에게서는 너무 멀리 있다. 이처럼 스타를 동경하고 그들이 즐겨먹는 음식이나 옷 행동까지 흉내내는 청소년들의 소비심리를 이용하는 스타산업은 IMF체제 속에서도 유독 호황을 누리고 있다. 또 이 방면의 제품개발도 활기를 띠어 최근에는 몇몇 국내 인기연예인들의 유전자의 본체(DNA)를 추출해내 상품화한 목걸이 열쇠고리 카드 등이 나왔다는 소식이다. 인기연예인의 모근이나 혈액에서 DNA를 추출해 유전자 증폭기를 증폭시킨뒤바코트 비슷한 형태를 드러나게 한 제품이다. 최첨단 과학기술을 이용한 세계적 희귀사례라지만 왠지 자신의 분신인 DNA까지 팔아 인기를 유지하려는 스타나 그것을 이용하는 상술은 그다지 탐탁스러워 보이지만은 않는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