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석 장관의 '웨버노믹스'] (10) '문화산업 육성 촉매'

광화문 네거리 지하도에는 가끔 그림을 파는 노점상이 등장한다. 무릉도원 같은 풍경이나 정물, 민화풍의 유화 등을 늘어놓고 파는데,뜻밖에도 값이 매우 싸다. 거실에 걸만한 큰 그림도 십몇만원을 넘지 않는다. 수백, 수천만원짜리 그림에 주눅들었던 보통 사람들이 그림을 사들고 고급문화를 향수한 기쁨에 젖는다. 그간 예술품은 희소성 때문에 소장가치나 투자가치가 중시돼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인터넷을 통해 예술품을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도록 대중화하는 노력이 시도되고 있다. 캔버스에 붓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로 제작된 미술품을 인터넷을 통해 싸게 파는 디지털 회화(Digital Fineart)도 그런 노력의 하나이다. 인터넷으로 전송된 미술품은 컴퓨터 화면에서 감상할 수 있고 프린터로 출력해 벽에 걸어두고 볼 수도 있다. 인터넷이 소수 전문가나 호사가의 전유물이던 문화를 대중에게 돌려주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시대에는 문화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동시에 이제까지와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외부 문화가 들어와 문화의 고유성을 지키기가 매우어려워진 반면 우리의 문화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기회도 생기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미국 MS사가 만든 CD롬에 독도가 일본 땅으로 표기되고 태극기가 거꾸로 그려졌다 해서 국민들의 분노를 산 적이 있다. 그러나 이는 우리의 잘못이 크다. MS사에서 인용한 독도 지도는 50여년전 일본이 작성한 것이다. 우리가 우리의 자료들을 디지털화해서 인터넷에 띄웠다면 그같은 오류는 없었을 것이다. 인터넷은 문화의 수출상품화를 촉진하기도 한다. 영화 한편 잘 만들어 인터넷에 띄우면 영화관 없이도 수억의 관객을 확보할수 있다. 인터넷시대에는 비산업적.소비적인 것으로 방치됐던 문화를 경제적.생산적 시각으로 접근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작년도 전세계 문화산업 시장규모는 5백50조원 이상인데 비해 국내 시장규모는 그 1%도 안되는 3조5천억원 정도에 불과하고, 미국의 문화상품 수출액이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절반이 넘는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의 문화자원은 아직 세공하지 않고 방치된 원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갈고 닦아 찬란한 보석으로 만들어 세계시장에 내놓아야 한다. 우리의 고유문화를 디지털화해서 인터넷을 통해 세계인에게 알림으로써 문화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 예를 들어 김치가 우리의 고유음식임을 세계인들이 알게 되면 일본산 "기무치" 대신 한국의 김치를 찾게 되고, 이를 의인화한 캐릭터도 뽀빠이나미키마우스처럼 팔려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시급한 것은 문화상품이 전통적인 문자문화에서 애니메이션.게임.캐릭터 등의 새로운 이미지문화로 급변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 문화를 디지털 영상화하는 등 관련산업의 기반을 구축하는 일이다. 현재 공공근로사업의 하나로 우리의 문화를 디지털 영상화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문화산업 발전 측면에서는 IMF가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고나 해야 할지 모르겠다. 문화의 대중화.산업화를 촉진하는 인터넷의 힘에 주목해야 할 때다. 그리고 건전한 외국문화를 선별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자세와 안목을 갖추면서 우리 고유문화의 독창성을 보존하고 더욱 발전시키는 노력이 인터넷 시대의 문화발전을 위해 필요한 덕목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