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방송중단 유감

그제밤 텔레비젼앞에서 MBC의 인기프로그램 "PD수첩"을 즐기려 했던 어느 시청자의 경험담은 우리에게 참으로 여러가지를 생각케 한다. 그가 전하는 얘기는 대충 이렇다. "예고했던 프로를 보려고 밤 11경 TV를 켰다. 어느 신흥 종교단체의 얘기가 소개되는가 했는데 갑자기 얼룰말들이 뛰노는 초원이 화면에 나타났다. 조금뒤에 만민중앙교회 당회장 이재록목사의 설교모습이 나오는가 했는데 어느새인가 얼룩말이 궁둥이를 보이며 둥글게 모여있는 풍경으로 바뀌었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TV화면에는 이를 해명하는 자막 한줄 보이지 않았다. 채널을 다른 방송으로 돌렸다. 예정된 프로가 정상적으로 방영되고 있었다. 또다른 방송을 켰다. 거기서도 아무 이상없이 방송이 진행됐다. 다시 MBC채널로 돌렸다. 그러나 파행방송은 계속됐다. MBC에 무슨일이 생긴 것같아 궁금했다. 하지만 화면에는 어떠한 자막도 나오지 않았다. 뉴스전문 채널로 갔다. 궁금증이 풀리지 않았다. PC통신에 들어갔다. 벌어지고 있는 MBC의 방송파행과 관련된 의견과 정보들이 전국각지에서 들어오고 있었다. "얼룩말은 싫어요" 애교있는 투정에서부터 "신도 수백명이 방송국에 난입해 PD수첩 프로가 방송되지 못하고 있다","담당 PD가 신도들에 잡혀갔다"는 등 여러거지 얘기들이 컴퓨터통신을 뜨겁게달구고 있었다" 경비가 얼마나 허술했으면 공중파를 쏘는 방송국이 외부침입자에 의해 기습되는 사건이 발생하는가. 내용이 자신들의 이해와 어긋난다고 물리적 힘을 앞세워 방송을 중단시킬 수 있는 것인가. 교통통신이 두절된 외딴 곳에서 일어난 사건도 아닌데 당국의 현장 수습에 수십분이나 필요한 건지. 시청자를 어떻게 보길래 해당방송국은 관련보도 한마디 신속하게 전하질 않았는지. 혁명이나 전시 등 국가비상사태시에도 흔치않은 방송국난입과 방송중단같은 비정상적인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은 정말로 개탄할 일이다. 기강을 세우고 질서가 무너지는 것을 막아야 할 때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