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4일자) 루빈 사임 이후의 미국 경제

로버트 루빈 미국 재무장관의 사임 소식은 우리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미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그의 비중을 생각한다면 루빈 이후 미국과 세계경제의 전개방향에 대해 여러가지 궁금증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뉴욕증시 등 세계 주요 증권시장의 주가가 일시 급락하고 국제 외환시장이 급등락을 보인 것도 그의 무게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우선 미국이 재정적자를 해결하고 인플레 없는 장기 호황을 기록해온 데는 그의 공헌이 결코 적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해야 하겠다. 그는 98회계연도를 7백억달러의 유례 없는 재정흑자로 돌려놓았고 금리인하를 통해 기록적인 장기 활황을 끌어내는데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그가 취임초부터 추구해온 "강한 달러" 정책은 지난 4년여동안 달러화를 연률 2.8%씩 절상시켜해외자본 유입과 다우지수 10,000포인트 시대의 초석을 깔기도 했다. 미국 경제가 "신경제"라는 상표를 얻게된데는 역시 골드만 삭스 회장 출신인 그의 현실주의 정책이 뒷받침되어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루빈 장관의 사임에 주목하게 되는것이 비단 미국경제에 대한 그의 공헌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는 팍스 아메리카나라고 불리는 미국 주도의 신질서를 만들어 내는데는 기여했지만 그 과정에서 다른 나라들과 적지않은 마찰을 빚은 것도 사실이다. 돌아보면 멕시코에서부터 동아시아를 거쳐 러시아 중남미에까지 격렬한 세계 금융위기가 연발했던 것이 모두 그의 재임기간중에 일어난 일이었다. 월 스트리트 저널등 미국 언론들이 "그의 사임이 받아들여진 것 자체가 세계 금융위기가 끝났음을 의미한다"고 평가할 만큼 루빈 장관과 금융위기는 뗄래야 뗄수 없는 관계인 것도 분명하다. 이때문에 일부에서는 그의 정책이 개도국 외환위기를 오히려 심화시켰다는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던 것이다. 물론 그의 사임으로 당장 미국 경제정책 기조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후임자로 지명된 로렌스 서머스 부장관이 이미 지난 95년부터 루빈 장관과 손발을 맞추어 왔고 클린턴 대통령의 임기가 17개월 밖에 남지 않은 점도 그동안의 정책기조가 지속될 것임을 짐작케 해준다고 하겠다. 그러나 서머스 장관지명자는 지난 97년 일본이 추진했던 아시아통화기금 창설방안을 적극적으로 저지했던 전력이 있고 스스로를 "닥터 달러"라고 부를 만큼 루빈 장관보다 더욱 열렬한 "강한 달러"주의자라는데서 일말의 불안감도 안겨준다고 하겠다. 더욱이 여러번의 강연에서 미국 주도 질서를 적극 옹호해왔고 지역주의와 보호주의를 노골적으로 비판하고 있는 만큼 대외정책의 경성화를 예고해놓고도 있는 셈이다. 하버드 대학의 최연소 정교수 출신이기도한 서머스 지명자의 이같은 철학은 우리와도 적지 않은 갈등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만큼 미리부터 대비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