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인상 논란 재연 .. 4월 물가 예상밖 폭등

미국에서 금리인상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대두되기 시작했다. 지난 4월 소비자물가가 예상보다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인플레우려가 되살아나면서 주가와 채권값이 급락했다. 달러가치는 1백22엔대로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금리인상이 실제 이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데 대체로견해를 같이 하고 있다. 물가및 금융시장동향 =미국노동부는 4월 인플레율이 지난 90년10월이후 약 9년만에 가장 높은 0.7%(예상치는 0.4%)를 기록했다고 지난 14일 발표했다. 연율로는 3.3%나 된다. 이는 작년 한햇동안의 1.6%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노동부는 국제유가상승으로 이 기간중 휘발유값이 15%나 급등, 이처럼 물가가 크게 올랐다고 밝혔다. 물가급등 소식으로 이날 뉴욕증시의 다우존스주가지수는 전날보다 1백93.87포인트(1.74%) 떨어진 10,913.32로 마감됐다. 장중한때는 2백30포인트나 폭락하기도 했다. 나스닥주가지수도 54.14포인트(2.1%) 하락했다. 30년물 국채가격은 1천달러당 21.25달러나 떨어져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수익률이 5.91%(전날 5.76%)로 치솟았다. 엔화에 대한 달러가치는 전날보다 1엔가량 오른 달러당 1백22.78엔에 마감됐다. 지난 3월8일(1백22.98엔)이후 최고치였다. 금리 인상되나 =갑작스럽게 물가가 급등했지만 이것이 바로 금리인상으로 연결될 것 같지는 않다. 월가의 대다수 전문가들은 연준리(FRB)가 오는 18일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4월 물가가 급등하긴 했어도 아직 낮은 임금상승률 등 노동시장에서는 인플레를 부추길만한 요소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FRB가 물가추이를 좀 더 지켜본 후에야 금리인상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강하다. 그동안 FRB는 금리문제에 대해 인상도 인하도 아닌 "중립(neutral)" 입장을견지해 왔다. 그러나 이번의 물가급등을 계기로 금리인상쪽으로 FRB의 시각이 기울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만 곧바로 금리인상 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월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다만 당초 올연말이나 내년초로 예상돼온 금리인상시기가 다음번 FOMC가 열리는 오는 7월이나 9월로 앞당겨질 가능성은 있다. 뱅커스트러트은행의 수석이코노미스트 존 윌리엄스는 "물가가 겨우 한달 급등한 상태에서 금리가 곧바로 인상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적어도 2-3개월후는 돼야 인상조치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신경제 종말의 신호인가 =4월의 물가급등에 대해 월가 일각에서는 "저물가.저실업"의 미국 신경제가 막을 내리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해석하는 분위기도 있다. 지난 97년과 98년에 인플레율이 연 1.6% 안팎이었던 점과 비교할때 4월의 인플레율은 매우 높은 수준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미국 신경제의 양대축(저물가,저실업률)중 하나인 저물가체제가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뉴욕의 하이프리컨시이코노믹스 연구소의 이안 셰퍼더슨 수석연구원은 "4월과 같은 물가급등세가 1-2개월 지속될 경우 "신경제의 종언"을 선언해도무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한달동안의 물가동향만으로 신경제의 종언을운운하기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지적한다. 엔.달러 향방 =금주안에 달러가치가 1백24엔선까지 올라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물가상승으로 인한 금리인상분위기에다 활발한 산업생산(4월중 0.6% 증가) 등 펀드멘탈(기본경제여건)이 튼튼해 달러가치의 상승여력이 크다고 평가한다. 더욱이 장기불황에 빠져 있는 일본경제는 아직까지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있어 달러가치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