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규 기자의 '정가 포커스'] 6.3 재선거운동 16일간 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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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이 지난 13일 대구를 방문, 정치적 가해자 격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과거와의 화해"를 선언했다. 국회도 이승만 초대 대통령과 그의 장기집권에 반대해온 최대 정적인 해공신익희 선생의 동상을 연내 나란히 세우기로 했다. 정권이 바뀔때마다 전임 대통령이 "죄인"으로 몰리는 정치 단절의 역사를 감안할 때 그 속내야 어떠하든 분명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이같은 화해붐과는 달리 6.3 재선거를 앞둔 현 정치기류는 한랭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이번 재선거는 법안 변칙통과 이후 여야간 대치국면 상태에서 치러진다는 점,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출마한다는 점 등의 이유로 그 어느 재선보다 가열될 소지가 크다. 때문에 재선 출마자가 후보등록도 하기전 벌써부터 중앙당간 성토전이 펼쳐치며 "날치기 정권" "사이비 정치집단" "1인 숭배 정치종교집단" 등의 원색적 용어들이 오가고 있다. 오는 18일 송파갑및 계양.강화갑 재선 후보자 등록과 함께 선거운동이 본격화되면 당차원은 물론 개인에 대한 인식공격성 비방전도 배제할 수 없는상황이다. 자칫하면 이번 재선 과정을 통해 여야간 화합은 커녕 갈등 관계를 더 한층증폭시킬 수 있다. 이런 우려때문인지 여야는 공명선거 감시단 구성에 합의하는 등 깨끗한 선거를 치르자는데 뜻을 같이 하고 있다. 이를위해 18일 3당은 후보 등록 직후 사무총장회담을 열어 선거감시단의 구성방법 등 구체적인 방안도 논의한다. 공정선거란 명분 앞에 여야 모두 겉으로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으나 재선의정치적인 비중을 감안할 때 흑색.혼탁선거의 구태를 재연할 가능성이 높은게현실이다. 정치개혁 법안을 둘러싸고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막바지 줄다리기도 관심거리다. 여당 정개특위는 금주중 한두차례 회의를 더 갖고 그 결과를 김대중 대통령김종필 총리 등이 참석하는 여권 4자 수뇌회담으로 넘긴다. 그동안 침묵을 지켜 왔던 한나라당도 지난주부터 정개특위를 가동, 금주부터는 본격 활동에 나선다. 정치개혁 법안의 최대 현안은 중선거구제 실시 여부다. 이는 정당간은 물론 소속의원들간 이해득실이 엇갈려 결정이 쉽지 않다. 국민회의는 김 대통령의 의중을 읽어 최근 중선거구제 쪽으로 기울고 있으나자민련은 아직도 소선거구제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의원들간에도 국민회의의 호남권,자민련 충청권 그리고 한나라당 영남권 출신들은 단연 소선거구제를 원하고 있다. 반면 수도권이나 자당의 취약지구 출신들은 중선거구제의 도입을 강력히 희망한다. 자민련 충청권의원들은 소선거구제를 주장해온 한나라당에 도움의 눈길도 보내고 있어 실리 앞에 당론 분열의 가능성도 있다. "고비용 저효율" 정치 구조의 주역인 지구당 폐지 문제도 의원들간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또 정당명부제 도입시 지역구와 비례대표간 비율문제 등도 풀어야할 난제다. 여권 정치개혁특위가 지난 6일 "소선거구제+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골격으로 만든 안이 하루만에 백지화된게 이런 난맥상을 잘 말해 준다. 지난주부터 여야간에 불기 시작한 민생 현장챙기기 경쟁은 혼탁한 정쟁속에서도 정치의 존재이유를 인식시켜 주는 대목이다. 국민회의는 주초인 17일 무역협회와 간담회를, 자민련은 18일 부실기업회생 방안을 찾기 위한 간담회를 준비해 놓았다. 한나라당도 서상목의원을 주축으로 민생체감 정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이밖에 민추협 창립 15주년 기념으로 17일 열리는 기념식에 과거 동교동계와 상도동계 의원들이 대거 참여해 어떤 제스추어를 보일지도 관심거리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7일자 ).